매일신문

구미 할인점들 '총성없는 전쟁'

현재 전국 대형 소매점 중에서 가격이 가장 저렴한 지역은 어디일까? 정답은 바로 구미. 지난 2002년 신세계 이마트가 처음 대형 소매점을 오픈해 터줏대감 역할을 해 오던 곳에 지난달 11일 홈플러스, 22일 롯데마트가 잇따라 문을 열면서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국내 대형 소매점 '빅3'가 정면 대결을 펼치는 구미의 경우, 향후 중소도시에 줄줄이 입점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대형 소매점들로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곳이다.

지난해 이마트 구미점이 올린 매출액은 무려 1천400억 원. 하지만 초반 오픈 매출에선 규모의 경쟁력을 앞세운 롯데마트가 약진하고 있다. 현재 일매출액은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순. 구체적인 액수는 업체들마다 다소 집계에 차이가 있지만 롯데마트는 일평균 5억 원선, 이마트는 3억5천만 원, 홈플러스는 2억 원가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인구를 포함할 경우 구미 상권의 인구는 약 50만 명. 대형 소매점 빅3가 내부적으로 집계하는 구미의 시장규모는 대략 3천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대한 현 수준을 지켜낸다는 목표를 세웠고, 롯데마트는 국내 최대 영업면적(6천500평)을 갖춘 만큼 월 평균 100억 원 이상, 연간 1천200억 원을 목표로 세웠다. 홈플러스는 이보다 다소 적은 870억 원 수준.

이처럼 초반 기세를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최근 구미는 최고의 상품을 최저가에 살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밀감의 경우 대구지역은 100g당 150~200원대에 형성돼 있지만 구미는 65~74원 사이. 또 삼겹살도 100g당 470~550원, 생물 고등어는 중간크기 2마리에 980원, 농심 신라면은 5개 들이가 1천780원에 판매되는 등 전국 최저가를 형성하고 있다.

때문에 주말이면 구미에는 인근 시·군뿐 아니라 대구에서 찾아온 원정 쇼핑객들로 북적대고 있다. 한 대형 소매점 관계자는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대구는 물론이고 충청도에서 찾아온 고객까지 자주 눈에 띌 정도"라고 했다.

아울러 업체마다 경쟁사의 상품 가격과 고객 프로모션을 체크하는 이른바 '시장조사'가 구미에선 일상화된 상태. 대형 소매점의 한 관계자는 "본사에서 특별히 모 업체 매장을 반드시 한 번씩 둘러보라는 지시가 내려올 정도"라며 "올해 잇따른 중소도시 출점 계획이 세워져 있는 만큼 구미 시장에서의 성패가 향후 중소도시 진출의 잣대가 될 전망"이라고 했다.

현재 이마트는 후발 점포의 대형화와 다양한 편의시설에 대비해 지난 11월 대규모 리뉴얼 공사를 마쳤으며,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초대형 매장과 최저가를 내세워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마트 김상운 구미점장은 "이마트 내에서도 특별지점(?)으로 분류돼 실시간 가격인하 및 물량 보충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역 1호점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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