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보험 사각지대' 많다

재래시장·배달 오토바이·대형사고 경력車…

서문시장 대화재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 김의호(52) 씨. 화재가 난 상가 2지구 건물과 시설 등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정작 자신의 점포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전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게됐다. 손해보험사들이 재래시장은 화재위험이 크다며 보험계약을 거부한 때문.'보험왕따'가 적지 않다. 위험성을 이유로 보험사가 아예 보험가입을 해주지 않는 것.

◇들고 싶어도…

공무원 배광식(56)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20여 년 무사고 운전으로 보험료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질 정도로 우수 고객 신분이었지요. 하지만 최근 아들이 차를 타고 큰 사고를 내면서 문제가 됐어요. 보험사가 8천만 원 상당의 피해보상금을 문 뒤 계약 연장이 안 되더군요. 수차례 항의를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다른 회사를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구 남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46) 씨. 그도 무보험으로 음식배달 오토바이를 몰고 있다. 최 씨는 "사고 위험이 크다고 보험사마다 고개를 젓는다"며 "'자칫 사고라도 나면 아내와 자녀는 누가 먹여살리나'라는 걱정에 가끔 섬뜩하다"고 불안해 했다.

대구시내 각 구청에 따르면 지역에 등록된 오토바이의 70~80%가 무보험으로 굴러 다니고 있다. 의무인 관계로 처음 등록할 때는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1년 지난 뒤에는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 대구 남구청 관계자는 "무보험 오토바이 경우 과태료 부과대상이라는 것을 모르는 운전자들도 있지만, 보험사들이 계약연장을 꺼리는 등 적극적으로 보험가입을 유도하지 않아 무보험 오토바이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어쩔 수 없다

국내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화기 취급을 하는 건물이나 섬유제품 등 불에 잘 타는 물건이 상대적으로 많은 재래시장 등에 대해서는 사고 발생의 개연율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화재보험계약을 거부하고 있다.

또 오토바이나 사고 경력이 있는 운전자 등에게도 자동차 보험의 문턱은 높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바람에 더 비싼 보험료를 물며 '울며 겨자먹기'식의 공동인수 형식으로 자동차 보험에 든 차량이 전국에서 23만여 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예전에 사고로 인해 장애가 있거나 병원 검진결과 조그만 질병이 있어도 보험가입이 까다로워진다.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사고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이 많이 가입할 경우 다른 사람들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결책은 없나?

보험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을 보험제도가 떠안지 않는다면 그들을 재기불능 상태로 두 번 죽이는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라면서 감독당국의 각성을 촉구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보험사들의 일방적인 가입거절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해 보험료율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남손해사정 사무소 박삼수 대표는 "금융감독원은 재난위험이 크거나 사고율이 높은 차량, 장애인 등 보험사가 꺼리는 사람들에 대해 다른 가입자와는 별도로 취급할 수 있는 보험 체계 마련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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