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꿋꿋이 다시 일으켜 대구저력 보이자"

'서문시장을 살리자'는 대구시민들의 사랑운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4일 오전 폐허로 변해버린 시장 내 2지구를 찾은 한태동(77) 할아버지. 그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평생 섬유공장을 꾸려왔던 한 할아버지.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서문시장 상인들과 거래를 트며 동고동락했었다.

"서문시장이 왜 이 지경으로 변했을까요. 이번 대화재로 피해를 본 상인들의 참담한 심정을 생각하노라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불에 그을린 원단이면 어떻습니까. 대구 시민 모두가 1인 1장 보기 운동을 펼쳐 서문시장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합니다."

그는 지인(知人)들을 전화로 불러 모아 이날 서문시장으로 함께 나왔다. 서문시장 살리기를 위해 모든 시민들이 서문시장에서 1일 장보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며 지인들의 등을 떠민 것이다. 친목모임으로 그동안 우애를 다져온 노(老) 기업인과 노 변호사 등 10여 명이 기꺼이 이날 자리를 함께 했다.

남두희(70·변호사)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어린아이들까지 서문시장에서 장을 보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꿋꿋이 다시 일어서서 대구의 저력을 보여주자"고 말했다.

서문시장 바로 맞은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하병재(80) 할아버지는 "화재 이후 지금까지 상인들의 아픔을 지켜봐 왔다"며 "늙은이들에 이어 대구시민 전체의 힘이 모이고 또 모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노인들은 옷가지며, 그릇류 등을 한아름 가득 사들었고 시장 내 식당에서 점심 식사까지 하면서 서문시장이 다시 일어서길 간절히 바랐다. 이날 서문시장 나들이에 나섰던 어르신들은 시민 하나 하나 작은 정성이나마 보탤 경우 이번 화재로 상처를 입은 서문시장은 다시 우뚝 설 것으로 굳게 믿었다. 한편 서문시장 2지구 피해 상인들을 위한 성금도 줄을 잇고 있다.

'앞산을 사랑하는 모임'의 고재경 회장과 회원들은 3일 오후 매일신문사를 찾아와 "연말 갑자기 변을 당한 서문시장 상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서…"라는 쪽지와 함께 신년회 경비 절감비용 등을 보태 성금 100만 원을 전달했다.

이 모임 조영원(61) 총무는 "지난 1일 화마로 폐허가 된 2지구를 둘러본 회원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면서 "일단 급한대로 100만 원을 모았고 회원 1천 명이 힘 닿는 대로 추가 성금을 기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도 총무국장 선광스님, 허석구 신도회장 등과 함께 3일 서문시장 상가 화재 현장을 방문, 화마로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을 위로 했다.

지성 스님은 "이번 화재를 서문시장이 새롭게 도약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함께 노력하자"며 동화사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모은 성금 2천만 원을 서문시장상가번영연합회에 전달했다.

이 밖에도 상가연합회 사무실과 사고수습대책본부에는 성금 기탁이나 자원봉사 및 물품지원 등을 문의해 오는 대구시민들의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대구지역 원로 10여 명이 4일 오전 서문시장을 찾았다. 이들은 대구시민 모두가 서문시장에서 하루 장보기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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