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한겨울. 꽃향기에 취한다. 6천여 평 규모의 충남 아산 세계꽃식물원 유리온실 안. 눈 쌓인 마당을 거쳐 온실에 들어서면 따뜻한 기온과 신선한 공기가 반긴다. 습기로 안경 쓴 눈앞이 온통 희뿌옇다. 하지만 은은하게 감도는 꽃향기까지 막을 순 없을 터. 묘한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정도 향기를 내뿜는 꽃들은 어떤 모습일까.
습기가 가시고 알록달록한 꽃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화사하다. 한겨울 속의 꽃 세상. 눈이 어지럽다. 충청남도의 명소인 이곳의 겨울 속에는 여름을 숨기고 있다. 3천여 종의 꽃들이 화려한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른 봄 거제도에서 보던 동백과 금둔사에서 본 홍매화보다 더 화려하다. 그 화려함 속으로 꽃향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6천여 평 규모인 식물원은 2004년 3월 오픈했다. 지난해에는 17만여 명의 여행객이 찾을 만큼 충남의 명소. 그렇지만 대구경북지역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실내 온도가 20~25℃로 따뜻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데다 푸른 식물들과 꽃들이 뿜어내는 맑은 공기와 향기를 실컷 마실 수 있어 겨울에 인기 있다.
이곳은 오감으로 꽃을 느끼는 체험공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다른 전시장과는 달리 마음대로 만져보고 꽃잎을 따서 먹어볼 수도 있다. 이용환(47) 마케팅 이사도 "오감으로 꽃을 체험하는 것이 세계꽃식물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알록달록 예쁜 꽃잎을 하나 따서 먹어볼 수 있는 체험은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식물원 관람의 출발은 세계초화관. 비타민C가 양상추의 10배나 된다는 한련화의 잎을 따서 맛본다. 꽃이 진 자리에 맺히는 목화 다래를 따먹을 수도 있다. 씁쓰레하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이 옛 추억을 새록새록 솟게 만든다. 영상 15℃ 이상이면 사계절 꽃이 핀다는 '장미모양의 겹봉숭아'는 차라리 애처롭다. '브라질아브틸론'은 신록의 잎과 붉은 꽃이 터널을 이룬다. 터널 속에서 이 꽃을 따먹을 수도 있다. 기분을 좋게 해주는 달콤한 맛이다.
에코플랜트 정원은 공기정화식물을 모아뒀다. 잎이 넓고 얇은 게 특징. 겨울에 가장 인기있는 곳은 크리스마스 꽃이라는 포인세티아 정원. 크리스마스 꽃이라는 포인세티아는 아직 붉은 잎의 색깔을 잃지 않았다.
이곳에선 꽃잎차를 맛보며 천연꽃 손수건 만들기와 압화액자 만들기 체험(각 5천 원)도 할 수 있다. 꽃비빔밥도 별미. 비빔재료 위에 먹는 꽃 재배장에서 키운 색색의 꽃으로 덮은 비빔밥은 먹기가 아까울 정도다.
이번 겨울, 강추위 속 화사한 꽃색깔이 그립다면 아산으로 갈 일이다. 천천히 꽃식물원을 돌며 몸도 마음도 녹일 수 있다. 경기에 대한 전망도, 취업걱정도, 줄기세포도 잊고 색색의 꽃을 보며 화사하게 한 해를 시작해보자.
입장료는 일반 6천 원, 중고생 5천 원, 어린이 4천 원. 문의=041)544-0746 (www.asangarden.com).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jhchung@msnet.co.kr
사진:세계꽃식물원의 포인세티아정원. 붉은 색이 많아 화려해 겨울철에 가장 인기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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