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시평-대구 산업혁신클러스터

21세기의 화두는 혁신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우리 사회에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산업에 있어서의 변화 요구는 더욱 절박하고 기업이나 산업에 있어서 변화는 생존 문제로 귀결된다. 기업이나 산업에 있어서의 변화, 그것을 우리는 혁신이라고 말한다. 혁신은 새로운 관리조직 및 경영방식의 적용 등을 통해 끊임없이 주변시장의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행위를 의미한다.

대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계가 말하듯이 2003년 현재 1인당 GRDP가 955만 원으로 16개 시도 중에서 최하위이며 전국 평균의 62.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것을 제조업으로 국한해서 기업의 생산액과 부가가치생산의 측면에서 보면 대구는 1인당 생산액은 전국평균의 53.1%이고 1인당 부가가치생산액은 전국 평균의 55.0%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산업이 노동집약적인 섬유, 기계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20인 이하의 임하청형태의 중소기업이 약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 있는 기업 중 혁신지향적인 기업의 비중은 전체 제조업의 2.8%에 불과한 것으로 최근 조사 결과 밝혀졌다.

그런데 이들 중소공장은 대부분 임의 산업단지인 3단지를 필두로 서대구, 이현, 검단, 달성, 논공산업단지 등 1970년대에 조성된 소규모 지방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다. 현재 대구에는 9개의 산업단지 약 700만 평이 조성되어 있다. 이에 더하여 향후 170만 평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지들은 단순히 기업들을 집적시켜놓은 생산단지이지 정보와 지식이 창출되고 확산되는 학습지대나 혁신지대는 아니다.

다행인 것은 과거 대구의 변두리였던 이들 산업단지지역이 달성군의 편입으로 대구의 도심에 위치하게 되었다. 도심에 대규모 창출지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을 자연스럽게 확보한 셈이 된 것이다. 공단들은 가깝게는 10분 내외에서 30분 사이로 서로 인접해 있으며 대구 도심을 금호강과 낙동강을 따라 거대한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이것을 대구공항, 유통단지, 동대구역세권 및 향후에 조성될 대구R&D특구와 연계하고 흉물스럽게 슬럼화되고 있는 도심산업단지벨트에 비즈니스서비스기능을 더해 도심에 거대한 지식, 기술, 정보가 창출되고 확산되는 '산업비즈니스지대'(Industrial Business Belt)를 구축한다면 대구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이 지대를 '이노베이션 드래곤'(Innovation Dragon)이라 명명한 바 있다.

정부는 지난 개발연대의 산업화정책이 결과적으로 수도권 비즈니스센터, 지방 생산공장지대라는 불합리한 구조를 낳았다는 것을 직시한 바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의 단순 공장 집적지인 국가산업단지를 산업혁신클러스터화 하려는 시범사업을 지난해에 실시하였고, 이제 그 범위를 지방공단으로까지 확대해 나가려 하고 있다. 국가산업단지도 없고 소규모 재래식 지방공단만 있는 대구지만 그 공단이 도심에 긴 벨트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구는 성서산업단지를 첨단산업단지화 하면서 그 안에 각종 지원센터를 집적시키는 산업혁신클러스터화를 독자적으로 추진해온 바 있다. 이번에는 정부로부터 산업혁신클러스터단지로 지정을 받아 검단공단에서 서대구공단까지의 산업벨트도 산업혁신클러스터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혁신지대의 형성은 대구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구미, 포항, 경산 등 대구주변공단은 물론 마산, 창원 등 경남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혁신을 확산해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구경북의 거점도시인 대구의 책무이기도 하다.

대구시는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이미 도심에 강을 따라 한 마리 용(龍)모양으로 연계되어 있는 공단을 '인더스트리얼 비즈니스 파크' 즉 산업혁신클러스터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도심공단의 혁신클러스터화는 대구 도심에 위치해 있는 '이노베이션 드래곤'을 만드는 시작에 불과하다. 달성 R&D특구가 조성돼 용의 눈이 만들어지면 용트림을 하면서 승천할 것을 상상해 본다.

이정인 대구전략산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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