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한국영화의 해였다. 3년 연속 한국 영화가 스크린을 50% 이상 장악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2006년 한국영화는 그 영광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까. 올해 개봉예정인 한국영화가 100여 편에 이르는 것으로 미루어 한 해 평균 개봉영화 수인 60~70편을 훌쩍 넘어선다. 관객들은 일단 수적으로 다양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장르별로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멜로와 코미디 영화가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멜로와 코미디 영화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로 짧은 기간에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제작사 측에서도 선호하는 장르다. 올해 개봉을 준비 중인 멜로 영화로는 '백만장자의 첫사랑', '도마뱀', '연리지', '데이지' 등 30여 편이 있다. '음란서생', '다세포 소녀', '천하장사 마돈나' 등 코미디 영화의 개봉도 줄을 잇는다. 여름을 겨냥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괴물'과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는 우리 영화의 대작 계열을 이을 작품으로 꼽힌다. 올해는 이처럼 다양한 장르와 연기자의 등장으로 무엇보다 골라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올해 개봉 예정인 한국영화를 미리 만나보자.
◆ 다양한 감성의 멜로영화
'내 이름은 김삼순'을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현빈 주연의 '백만장자의 첫사랑'이 올 2월 개봉 예정이다. 재벌 2세 재경(현빈)은 갑부 할아버지의 유산을 손꼽아 기다리는 문제아. 하지만 할아버지는 손자의 인간성 교육을 위해 산골 고등학교로 전학 가 졸업장을 따라고 한다. 재경은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순수한 소녀 은환(이연희)을 만나 점점 빠져들게 된다.
실제 연인 사이이기도 한 조승우와 강혜정의 출연으로 주목받는 영화 '도마뱀'이 올 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초등학생인 조강(조승우)은 맑은 날에도 노란색 우비를 입는 소녀 아리(강혜정)와 짝꿍이 되면서 그녀의 곁을 지켜준다. 어느 날 아리는 사라져버리고 10년 후 고2가 된 아리와 조강은 다시 만나게 된다. 둘은 십 년이란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럽지만 아리는 또다시 사라져버린다. 8년 후, 아리는 조강을 만나고 8시간의 꿈같은 시간 후 미국으로 떠난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 영화는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도마뱀 같은 한 여인을 통해 사랑을 신비스럽게 그려나간다.
가을 개봉예정인 '여름 이야기'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흔치않은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TV는 사랑을 싣고'의 작가 수진은 노교수로부터 평생 잊지 못할 한 여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녀를 찾기 위해 수진은 시골마을을 찾아가지만 그곳에 그 여인은 없다. 빨갱이로 내몰린 삼촌 때문에 집안이 몰락한 뒤 어떤 남자와 마을을 떠났다는 소문만 남아있을 뿐이다. '여름 이야기'는 그 여인의 자취를 찾아가며 알게 되는 사랑 이야기다.
◆ 코미디 영화
이번 달 선보이는 영화 '음란서생'은 당대 최고 문장가 윤서(한석규)가 음란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낸 조선시대 배경의 영화. 음란소설을 접하고 짜릿함을 느끼게 된 윤서는 '추월색'이라는 필명으로 직접 음란소설을 발표하게 된다.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삽화를 그려넣기로 하고 가문의 숙적 광헌(이범수)에게 삽화를 부탁한다. 양반 콤비의 음란소설은 장안의 화제가 되지만 이로 인해 위험에 빠져들게 된다.
감초 같은 조연 김수로의 첫 주연작 '흡혈형사 나도열'이 2월에 개봉 예정이다. 나도열(김수로)은 괴모기에 물린 뒤 흡혈귀가 되어버린 비운의 형사. 낮에는 열혈 형사로, 밤에는 사기꾼의 뒤를 봐주는 비열한 삶을 살던 그는 어느 날 흡혈모기에 물린 뒤 피맛에 빠진다. 성적으로 흥분하면 흡혈귀로 변하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야한 영상물의 힘을 빌려 흡혈귀로 변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좌충우돌 모험을 겪게 된다.
추석 즈음 선보이게 될 '구미호 가족'은 인간이 되고 싶어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구미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천 년 만에 한번 오는 인간으로의 변신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식들을 데리고 도시로 온 구미호 아버지는 서커스장을 운영하며 인간을 사냥하려 한다. 하지만 이들이 구미호란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고 치매노인, 알코올중독자 등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 대작 영화
올 여름, 극장가에는 어김없이 블록버스터 영화가 찾아온다. 강우석 감독의 신작 '한반도'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 등이 눈길을 끄는 대작이다.
'괴물'은 갑자기 나타난 괴물에 대항하는 소시민 가족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박강두(송강호)는 어느 날 한강에서 나타난 괴생명체의 난폭한 습격에 어린 딸을 잃게 되고, 강두와 그의 가족들은 국가나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맨손, 맨몸으로 괴물과 맞서 사투를 벌인다. '반지의 제왕'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뉴질랜드 웨타사와 후반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다양한 볼거리가 기대된다.
한반도 통일을 둘러싸고 일본과의 갈등을 그리고 있는 영화 '한반도'는 이른바 팩션(fact+fiction) 블록버스터이다. 멀지 않은 미래, 남한과 북한은 화해무드를 타고 통일을 앞두고 있지만 일본은 이를 방해한다. 일본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를 위기에 빠뜨린다.
고종황제의 독살, 명성황후 시해 등 격동의 대한제국과 통일을 앞둔 미래 한반도의 상황을 새롭게 조명하는 가운데 숨겨진 고종황제의 진짜 국새를 찾아야 한다는 줄거리의 영화 '한반도'는 '실미도', '공공의 적1, 2'에 이은 강우석 감독의 차기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순제작비만 100억 원을 들여 다양한 액션장면과 특수효과들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여름에 앞서 4월에도 거친 남성들의 영화 '사생결단'이 개봉된다. 배우 황정민과 류승범이 짝을 이뤄 눈길을 끄는 이 영화는 부산을 배경으로 마약 판매상과 악질 담당 형사의 의리 없는 공생관계를 리얼하게 그린 액션 대작.
자신의 구역을 넓히기 위해 형사의 끄나풀이 되는 마약 중간 판매상 상도(류승범)와 마약계 거물을 잡기 위해 상도를 이용하는 악질 형사 도 경장(황정민)은 둘 다 이 사회의 필요악이다. 이들을 통해 영화는 이 사회의 비열한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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