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스파이더맨

얼마 전 젊은 남자가 병원을 찾아와서 정신감정을 요구했다. 자신을 비정상으로 몰아세우는 약혼녀에게 정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했다. 요즘 이런 이유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분명한 경계는 없다. 다만 어떤 시점에서 정상과 비정상 어느 쪽에 더 접근했는지를 고려해 볼 수 있을 뿐 칼로 무 자르듯 이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마음(mind)이란 무엇일까. 마음은 심장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과학자들은 마음은 뇌에 있고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현상학자들은 환경을 지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정신의학자들은 정신적 에너지의 총체가 마음이라고 규정한다. 어느 한가지만으로는 우리의 복잡한 마음을 시원하게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면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가끔 경험했다고 보고되는 psi(초자연적 현상)는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만약 누군가 텔레파시로 다른 사람과 통한다고 말하면 정신병 환자로 취급 받기 십상이다. 텔레파시 경험은 정신분열병의 1급 증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견하거나 물건을 건드리지 않고 옮길 수 없고 봉투를 뜯어보지 않은 한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예지력, 텔레파시, 투시력 등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psi라고 한다. 보통 인간은 발휘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이 소위 말하는 초능력이다. 신비주의자들의 관심사에 머물던 초능력 현상은 1882년 영국 심령현상연구회가 발족하면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가 되기 시작했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피터는 고등학생이다. 현장 실습을 갔다가 유전자가 조작된 거미에게 손등을 물린다. 그 후 피터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예지력과 엄청난 힘을 가진 초능력자가 된다. 가파른 벽을 기어오르고 거미줄을 타고 타잔처럼 빌딩 사이를 누빈다. 초능력을 이용하여 피터는 돈을 벌고 나쁜 친구도 때려 눕히며 치한들로부터 여자친구도 지켜준다. 어수룩하고 부끄럼이 많던 피터는 터프가이가 되어 우쭐해지고 세상 살맛이 난다.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본 일들이다. 정말 초능력은 존재하는 것일까. 과거 냉전기 때 소련이 토끼의 텔레파시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어미에게서 떼어낸 새끼 토끼들을 잠수함에 태워 깊은 바닷속으로 데려갔다. 거기서 예정된 시간에 새끼 토끼를 죽였다. 새끼가 죽는 시간 수천 마일 떨어져 있던 어미 토끼의 뇌파에 갑자기 이상 소견이 나타났다. 인간은 영혼이 없는 사회적 동물이고 psi는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 막시즘을 반박하는 결과가 되었다.

1955년 미국 위스콘신의 어느 도시, 남편과 아들을 영화관에 보낸 부인이 집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몇 분 후 학교에서 돌아온 딸도 아버지의 뒤를 따라 영화관으로 갔다. 부인은 딸에게 차 조심을 당부했다. 딸이 떠나고 얼마 후 부인은 갑자기 심한 공포감을 느꼈다. 딸에게 분명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감지한 그녀는 극장에 전화를 했고 방금 밖에서 여자애가 차에 치였다는 말을 들었다. 딸의 공포감이 어머니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아직까지 초자연적 힘의 존재 여부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 그러나 어미 토끼나 위스콘신에 사는 부인의 경우처럼 모성의 직관적인 감정은 부정될 수 없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일이 분명 우리 마음의 한 현상이라면 단정적인 시각보다는 적당한 의구심을 갖고 연구해 볼 만하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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