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샤론 유고…부시 中東 정책 타격

이-팔 '평화공존 로드맵' 추진 주요 파트너 상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야심찬 중동 평화로드맵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유고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동정책 전문가들은 코앞에 다가선 팔레스타인 총선과 3월의 이스라엘 총선을 앞둔 중대 시기에 샤론의 역할 부재로 중동 사태를 낙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이스라엘내 그를 대체할 파트너를 갖지 못한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대중동 정책의 선택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의 중동개입 정책이 도로에 그친 것을 거울삼아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사망을 계기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이스라엘에는 평화를 보장해주고 팔레스타인에는 독립국을 창설하도록 하는 로드맵으로 양진영의 평화 공존을 추진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아랍세계로부터 친 이스라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공격을 받으면서도 샤론의 가자지구 철수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에 대한 열망이 이스라엘 사회에 깊고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표했으나, 전문가들은 샤론의 지도력이 사라진 상태에서 모든 것이 불분명해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샤론 외에 다른 이스라엘 정치인들과는 별로 유대를 맺지 않아왔으며, 특히 경험과 인기를 동시에 가진 샤론과 같은 지도자를 동반자로 갖지 못하게 된 것이다. AFP는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동 전문가인 타마라 위테스의 말을 인용, 중동 평화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열망에는 샤론의 지도력이 자리잡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평화 프로세스를 전진시키는 데는 고통과 여론 분열이 수반되는데 과연 누가 샤론에 이어 이스라엘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중동 평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지 여부부터 결정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스콧 라젠스키는 "미국에게는 외교적 트랙을 되살리기 위해 어느 정도나 진지하게 노력할 것인지, 아니면 뒤로 물러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당장 미국으로서는 오는 25일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 지역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투표를 허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이스라엘의 정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일단 방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존 얼터먼은 부시 대통령이 샤론 부재 상황에서 더 깊게 개입하기를 주저할지 모르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강경 정책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견했다.

그는 "그러한 상황은 미국에 일을 진척시킬 수 있는 만큼의 여지를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은 성공을 추구할 것이지만, 어렵거나 진전이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일들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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