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福券

복권은 대부분 사람에겐 복(福)권이 아니다. 대부분은 꽝으로 변한다. 복권 수익은 사회 복지 시설이나 간접 자본에 재투자된다. 그래서 일종의 준조세다. 그래도 사는 사람은 남보다 세금을 더 낸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당첨될 수도 있다는 꿈을 즐기며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산다. 사는 사람들의 이런 일확천금의 꿈을 파는 측은 인생 역전의 기회라며 부추긴다. 사행심 조장이란 비판에도 서민들에겐 복권이 행운의 꿈이기도 하다.

◇중국 사람들의 복권 구입 열기는 뜨겁다. 그들의 복권 구입 행렬은 돈을 중시하고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잘 보여 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일확천금의 복권은 아이러니지만, 파는 측이나 사는 사람의 이해 관계가 제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 중국의 복권 발행 기관은 지방정부다. 지방 정부는 일반 서민들에게 일확천금의 꿈을 안겨 주는 대가로 각종 개발 사업에 부족한 재원을 채운다.

◇복권의 역사는 고대부터다. 로마 재건의 기금 마련을 위한 복권에서부터 교회나 항만'운하 등 사회 시설의 건립에도 활용됐다. 바닥난 국고를 채울 때도 등장했고 대영박물관의 설립에도 복권의 공이 컸다. 미국 독립 전쟁에 쓰인 대포도 복권기금으로 마련됐고 서부 개척 시대의 문을 연 것도 복권으로 조성된 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학의 설립에도 복권이 발행됐다. 만리장성 건설에도 복권 기금이 활용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복권은 런던 올림픽 참가 경비 마련을 위해 1947년 발행된 올림픽 후원권이다. 액면가 100원에 당첨금 100만 원이었다. 이후 애국 복권, 산업박람회 복권, 무역박람회 복권 등이 나왔다. 1969년 주택은행의 주택복권이 발행되면서 본격적인 복권시대가 열렸다. 그 당시 액면가는 100원, 당첨금은 300만 원으로 무려 3만 배였다. 서울의 중소 규모 집값이 200만 원이던 당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파고들었다.

◇주택복권이 발행된 지 37년 만에 사라진다. 현재 48종에 이를 만큼 난립된 복권이 로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익률이 나빠 정부는 4월부터 주택복권의 발행을 중지키로 했다. 작은 돈으로 큰 꿈을 안겨주는 복권은 즐거운 마음으로 사라고 한다. 당첨되면 금상첨화지만 안 돼도 사회의 좋은 일에 나도 보탬을 했다고 여기라고 한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는 말이다.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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