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가 부익부 빈익빈을 해소하는 것이라면 취향에서도 이를 조정하고 정신적인 풍요를 함께 누리도록 하는 것이 미학이 감당해야 할 몫이자 책임입니다."
아름다울 미자, 미학(美學). 그러나 일반인들은 학술어로 가득해 지레짐작, 어려워하는 학문이다. 보고 듣고 느낀 대로 아름다움을 즐기면 되지, 쪼개고 가르고 파고드니 그렇다. 하지만 대구가톨릭대 예술학과 정순복 교수(53)의 설명은 다르다.
"동·서양 미학의 중심은 바로 풍류와 여유, 즉 자연과 더불어 즐기며 산다는 것이죠." 그의 화두 '일상과 미학의 접목'은 이런 시선에서 출발한다. 장기적인 계획 아래 집필하는 '일상의 미학' 시리즈와 지난 1년간 꼬박 매달려 완결한 '사계의 미학 봄, 여름, 가을, 겨울' 시리즈는 그 성과물의 일부다.
어떤 값비싼 명품선물보다 저녁노을을 더 가치롭게 느끼게 해주는 힘이 바로 미학이라는 그의 말처럼 일상과 계절을 소재로 시나브로 미학의 실마리를 풀어내고 있다.
글은 각 편마다 A4 한 장 분량을 넘지 않는다. 글 자체가 한 편의 서정시 같다. 시가 가지고 있는 언어의 압축, 긴장감에 수필의 자기고백적 특징이 담겨 있다. 분량이 극히 짧고 친근하다. 문장 흐름상 스타카토도 잊지 않는다. 굳이 미학을 알지 않으려고 해도 하나씩 살짝 보태진 미학용어가 쏙쏙 들어온다.
"옛 어른들은 꽃이 핀다, 진다 하지 않고 꽃이 온다, 간다라는 표현을 더 정겹게 느꼈습니다." 고향 촌로들의 말 속에는 우리가 찾고 있는 언어의 미학이 고스란이 담겨 있다는 것. 그래서 그가 즐겨쓰는 언어들은 정감이 듬뿍 묻어난다. 초겨울 감나무를 보며 '가을 속감이 많이 왔다….'는 말도 사실 감을 따지 않고 겨울 산짐승의 먹이로 남겨둔 일상의 지혜라는 것. 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자만하지 않고, 그것을 바라보며 은근히 즐긴 풍류적 표현이다.
그는 "미학은 우리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이미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라며 "낙엽이나 눈을 보고 정감을 느낄 수 있다면 사람 사이에도 정감을 공유할 수 있다"고 했다. 담장허물기, 줄어들지 않는 쌀독처럼 일상의 따뜻한 햇살 같은 존재는 널려 있다며 생활이 힘이 들더라도 자연의 풍요로운 자산을 나누며 힘을 얻자는 게 그의 미학론이다. 2006년에 나올 그의 저서목록에는 일상의 미학 4권이 더해질 예정이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미학책도 구상 중이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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