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5 코스닥' 문제점과 대안

80% 폭등속 차익 노린 조작 난무

'황우석 쇼크'로 인한 조정장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코스닥시장은 연초 대비 80% 넘게 치솟으며 화려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벤처와 중소기업 활성화를 목표로 코스닥시장의 상장요건 등을 대폭 완화한 것을 악용, 우회상장의 남용과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이 횡행하는 '투전판'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코스닥 700 시대를 넘어 1,000포인트 시대를 제대로 열어가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통해 올해 풀어야 할 과제와 대안을 알아본다.

◇규제완화를 노린 주가조작으로 '얼룩'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2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관련 '주가조정'을 적발했다. 이 업체 대표 등은 장외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우회상장하는 과정에서 전체 지분의 34.3%를 여러 사람 명의로 위장 분산한 뒤, 통정매매와 고가매수주문 등의 방법으로 시세를 조종했다. 코스닥 상장 요건 완화를 악용한 대표적 사례다. 이 기업은 주가조종으로 두 달 새 주가는 12배나 폭등했고, 감자 등 자본조정 과정에서 다시 10배 이상 불어나 1년 전에 비해 400배 이상 주가가 뛰기도 했다.

'황우석 파동'으로 인해 조정국면에 들어선 바이오 분야에서도 주가조작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지난해 7월 줄기세포 테마기업의 전무이사 등이 M&A(인수·합병)설과 출자대상 연구소의 치료법 개발 등 허위사실을 유포해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적발됐다. 지난달 중순에는 '큰손' 투자자 박모(45) 씨가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박씨는 코스닥기업 임원과 짜고 이 회사의 출자회사가 시각장애 치료법을 개발했다며 주가를 끌어올린 뒤 지분을 팔아 250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상보다 편법이 더 일반적(?)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910개 기업 중 14%에 달하는 127개사가 1년이 채 안된 새내기들이다. 그런데 이 새내기 코스닥 기업의 절반이 넘는 67개사가 우회상장으로 입성했다. 우회상장이라는 편법이 오히려 코스닥 입성의 '정통코스'가 된 셈이다.

'껍데기' 기업을 사들여 상장을 추진하는 우회상장이 일상화된 배경에는 투자자금을 손쉽게 조기에 회수하려는 투자자들의 압력이 있다는 분석. 전문가들은 "난무하는 소문 속에 대주주와 투자사만 주가급등의 이익을 독식할 수 있는 '정보 비대칭성'을 일으켜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우회상장의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투자금 회수 목적의 우회상장은 구조적으로 '주가 띄우기' 유혹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우회상장 기업의 상당수가 그때 유행하는 '테마'에 편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벤처의 분식회계 '충격' =성공벤처 1세대를 상징하던 터보테크와 로커스가 지난해 9월과 10월 연이어 각각 390억 원 및 7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과 실망을 안겼다. 게다가 대표이사가 증자 등으로 확보된 회삿돈을 마음대로 쓰다 적발된 경우가 월 평균 1~2건 씩 일어났다.

증권선물위원회에 의해 주가조작,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로 검찰에 고발당한 건수는 지난해 16건으로 2004년 11건을 훨씬 넘어섰고, 횡령건수 역시 2004년 8건에서 지난해 16건으로 2배나 증가했다.

◇부실기업, 코스닥 퇴출 강화해야 =증권선물거래소는 지난달 11일 주식의 제3자 배정, 일부 주식교환 등 신종 수법으로 우회상장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장외기업 대주주가 받은 코스닥지분을 2년 내 매각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의 코스닥 상장규정 개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문호를 크게 개방한 만큼, 불법과 편법 행위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고 부실기업의 퇴출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명대 경제통상대학 권상장 교수는 "영업활동이 미진한 기업을 조기에 퇴출시키는 제도가 정착된다면 자격 미달 기업의 코스닥 우회상장과 이로 인한 투자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나스닥 등 선진 금융시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손익과 재무상태 등 기업의 본질적 가치에 해당하는 부문을 퇴출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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