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하천부지까지 아파트 개발업자에게 넘겨주고 있다.
우수기 홍수 조절공간으로서의 하천부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시민 휴식처로서의 친수(親水)공간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시민들 몰래 하천부지마저 팔아 비난을 사고 있다.
◆몰래 팔았다
대구 수성구 신매동 매호천(삼덕동~매호동·6.3km) 변 1천여 평. 수성구청은 최근 공고에서 이 하천부지가 '폐천(廢川)'된다고 고시했다.
대구시는 이에 앞서 지난 2003년 6월 한 아파트 시행사가 이 하천부지 1천여 평을 끼워넣은 아파트 개발계획을 승인했다.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고 폐천 계획을 확정한 것. 수성구청은 하천부지의 매각을 위한 법적절차를 밟기 위해 지난달 이를 고시했으며, 올 상반기중 매각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대구시하천관리심의위원회 한 위원은 "어떻게 공론화 과정없이 업체에 사업승인 해 주고 나중에 따로 폐천매각 고시 절차를 밟을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업승인 허가 전 미리 고시절차를 밟고 하천관리심의위원회의 심의까지 거친 뒤 부지 편입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대구시와 대구 수성구청은 '기본'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
◆행정기관 입장
시와 구청은 이와 관련, 개발논리를 펴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하폭이 20~25m였던 매호천은 이번 폐천 절차를 밟으면서 최대 44m까지 넓어졌다고 했다. 충분한 '수생 공간'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제방을 친환경 식생블럭으로 쌓기로 아파트 사업자와 약속했고 이중 제방을 만들어 신천 둔치 같은 산책 공간도 마련하겠다는 것.
이 관계자는 "사업자가 비용 6억 원을 모두 부담한다"면서 "구청은 앞으로 들어서는 둔치에 체육 시설을 설치, 주민 편의를 극대화할 방침"이라 밝혔다.
게다가 시가 하천정비 기본계획을 새로 세워 친환경 제방을 쌓으려면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 하지만 아파트 사업을 통해 개발과 보전의 균형을 동시에 달성했다고 해명했다.
◆어떤 문제가?
전문가들은 "물이 흐르지 않는다고 해서 폐천부지를 마구잡이로 개발해선 곤란하다"고 입을 모았다.
1990년 초반까지만 해도 폐천 대부분이 도로 등으로 개발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폐천이라 하더라도 삭막한 도시의 '허파' 로 인식하는 탓이다.
도심 열섬현상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수생 환경의 열 완하 작용은 녹지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1월 하천법을 개정, '폐천부지를 생태공원·습지·홍수터로 우선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구시하천관리심의위원회 한 위원은 "잘못된 선례를 남겨 앞으로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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