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덩치만 키운 종합대' 10·20년 후 보장없어

영남대학교가 설립된 지 60년이 다 돼 갑니다.

다소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영남권의 대표 사립대학으로서의 지위는 여전히 굳건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남대는 이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지 않은가 자문하곤 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주변 환경이 변하는 동안 영남대는 오히려 뒷 걸음질 친 것이 아닌가...

요즘 지역의 한 전문대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전문대학의 신입생 유치 경쟁은 한 마디로 전쟁 그 자체입니다. 오죽하면 학교 홍보를 위해 고등학교를 찾는 교수들 등쌀에 '교수 출입금지'라는 팻말까지 등장했다고 하더군요. 교수가 직접 홍보물을 들고 학생에게 달려가는가 하면 '아는 고등학교 교사 있으면 소개시켜 달라'는 부탁까지 해야 한다더군요.

영남대가 종합대학의 위치에만 안주한다면, 10년, 20년 후에 이렇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습니까. 영남대 대신 수도권 지역의 전문대를 택하는 꼴이 오면 어떡하겠습니까. 백화점식으로 과(科)만 늘여 덩달아 학생.교수 수만 늘어난 것 아닌가요. 이래서야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입니까.

대학 당국이 '선택과 집중' 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경북대 공대가 정부 지원을 받아 정원이 60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엄청난 발전을 이뤘습니다. 영남대도 하지 못하란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한 편으로는 전체 학생 정원을 줄여 인재 질의 저하를 막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경쟁력과 비전을 갖춘 대학·학부에 대폭적인 등록금 보조, 장학금 지원을 하면 대학의 위상은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이를 위해서 영남대는 관선이사 체제를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책임이 없는 대신 권한도 없는 것이 관선이사 아닙니까. 관선이사들이 역동적인 변화에 대한 대처나 비전 제시를 할 수 있습니까. 게다가 교수 집단의 보수화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저의 대학 시절 '영대 출신은 어디 가도 표가 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동성' '자유분방함' 등의 가치들을 요즘 후배들에게서는 찾아 보기 힘들어 안타깝습니다. 안정을 지향하기 보다 예전의 호연지기를 가졌으면 합니다.

정재형(변호사)

글쓴이 정재형 변호사(영남대 법학과 88학번)는 1992년 법학과를 졸업하고 9년째 대구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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