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를 재검증해온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10일 최종결과 발표를 통해 황 교수팀 논문들의 조작 사실을 밝히면서 황 교수측의 '기술재연 허용' 요구를 거부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루자들의 조작 개입 및 은폐 실태를 규명해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서울대와 한국 과학계의 굳은 '자정 의지'를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 교수팀의 논문조작 등으로 한국 과학계와 서울대의 국제적 신인도까지 추락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이를 통한 관련자 징계 및 처벌만이 국가적 상처를 어느정도 치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황 교수측이 주장해 온 '원천기술 보유'에 대해서도 조사위가 사실상 부정적 결론을 내린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 황 교수 재기 쉽지않을 듯 = 2004, 2005년 사이언스에 실린 인간 핵치환 배아줄기세포 연구 업적 모두가 조작으로 밝혀지고 '젓가락 기술'의 실용성도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황 교수의 재기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는 황 교수측의 '원천기술 보유' 주장의 핵심인 '젓가락 기술'의 실용성에 대해 보고서에 명시하지 않고 근거자료만 제시했으나 사실상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위는 "젓가락 기술을 쓰더라도 핵치환 과정에서 세포질이나 핵에 결함이 많이 생겨 설사 배반포 단계까지 가더라도 줄기세포를 제대로 추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황 교수측은 '재연을 위해 6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읍소해 왔으나 조사위 내부에서는 "'재연 기회를 달라'는 주장은 '논문사기'가 밝혀진 과학자들이 '시간 끌기'를 위해 흔히 쓰는 수법"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서울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논문의 진실성 여부를 다루는 것이고, 기술 보유 여부는 별개의 문제여서 조사위가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 조사결과 파장 = 당장 사이언스 편집진이 2005년 논문을 공식 철회키로 한 데 이어 2004년 논문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가 취해지면서 서울대와 한국 생명공학계의 공신력 실추는 불가피하게 됐다.
황 교수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서울대 교수직은 물론 11일 열리는 최고과학자선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고과학자 1호' 지위를 박탈당하는 등 대내외적 직위를 모두 잃을 것이 확실시된다.
또 이번 보고서를 근거로 검찰이 난자매매 의혹, 5만달러 제공 의혹, '바꿔치기' 의혹, 연구비 사용실태 등에 대해 본격 수사에 나설 경우 황 교수 등 핵심 관련자들이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그 동안 데이터 조작이나 논문 표절 등 연구윤리 문제에 대해 느슨한 태도를 취해 왔던 국내 학계에 미치는 충격파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논문조작이나 표절 등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 선례를 남기면서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홥고할 경우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 조사한계로 의문점 남아 = 서울대 내부 조사라는 한계 때문에 '줄기세포 바꿔치기설', 김선종 연구원 등에게 전달된 '5만달러 출처' 등과 관련된 의혹 등은 규명되지 못한 채 검찰몫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서울대 조사위는 정운찬 총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기에 교내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조사와 실험자료 확보에 나설 수 있었지만 비서울대 소속 연구원 등 외부인사에 대한 '자발적 협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미즈메디병원, 한양대병원, 피츠버그대에서 이뤄진 연구 실태와 이 기관 소속 관련자들의 개입여부를 규명하기란 처음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황 교수측이 미즈메디병원에 근무하다 피츠버그대로 간 김선종, 박종혁 연구원 등을 지목하며 '바꿔치기가 이뤄졌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도 이런 서울대 조사의 한계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크다.
황 교수측은 검찰수사를 통한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으나 '원천기술 보유' 주장의 근거가 박약해진 상태여서 대반전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 보인다.
서울대는 늦어도 11일까지 검찰측의 공식 요청을 받아 그 동안 조사위가 확보해온 조사자료를 넘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위원들은 의혹 해소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검찰조사에도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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