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고집스럽게 집으로 가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집을 가지려 등이 휘고
집안의 장롱이나 책상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의미를 가두어 놓고 있을 것이다
나는 거리를 헤매면서 알았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마저
빛나는 언어를 얻을 수 없는 까닭은
우리가 의미를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행복이라는 상징은 얼마나 춥고 배가 고픈가.
나는 오늘도 많은 의미를 소비했다
가엾은 예수와 노자에게
다시는 언어를 구걸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들에게는 집이 없었다고 한다
눈사람의 집은 그의 몸이다
그의 몸은 그의 全集이다
나도 눈사람처럼 집 없이 살고 싶다
최종천 '집'
'눈사람'을 볼 때, '눈(雪)'이 아닌 '사람'에 초점을 두면 '눈사람'은 '집 없는 사람'이 됩니다. 이렇듯 시각을 달리하면 새로운 상상력이 일어납니다. 오늘날의 집은 삶의 기본 조건이 아닙니다. 집은 그 주인의 부(富)의 상징이며 행복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집(물질적 富)을 위해 일생을 바칩니다. 마침내 현대인은 '집'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 삶을 가두어 버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집에 갇힌 현대인은 인생에 미만(未滿)해 있는 많은 다른 가치들을 외면해 버립니다.
예수와 노자는 집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시인은 집이 없는 '눈사람'을 예수·노자와 같은 반열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집'을 위해 의미 없이 사느니 '눈사람처럼 집 없이 살고 싶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사실은 '예수와 노자처럼 살고 싶다'라고 말하고 싶었겠지요.
구석본(시인)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