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논술 기획위원 : 박정곤(대구시 교육청 논술 담당 장학사), 박해문(대륜고 교감, 대구진학지도협의회), 한갑수(경상여고 교사, 대구진학지도협의회), 서이교(영남고 교사, 대구진학지도협의회), 윤일현(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 이슈&논술 편집자문위원), 김희종(이슈&논술 기획자문위원), 최경렬(이슈&논술 아카데미 대표강사), 장필규(서울 대성학원 논술팀장), 김성배(송원학원 논술팀), 박만대(송원학원 논술팀)
주시경 선생은 하나의 민족은 하나의 나라를 세우고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며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단일 민족이 단일 문자를 사용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세계가 점차 하나로 통일되어 가고, 영어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한글만 강조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이 아닐까?
한글이 우리 고유의 글자이고, 우리의 자랑스런 문화유산이라고 하여 그 이유만으로 한글 전용을 실행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글자란 자신의 느낌과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그런 수단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어야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한글전용이 이에 합당한지 심각한 재고가 있어야 한다.
물론 한글은 일제시대에 우리 민족의 의식과 겨레애를 심어준 소중한 것이다. 잃어버린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민족의 자주, 자존 의식을 높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족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이 한글이었다. 이런 역사적 가치를 가지는 한글이지만, 문자의 실용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금 현재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영어가 국제어로 통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난리이다. 따라서 한글만 고집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자세이다.
한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개화기 이후 한글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겨 한글이 제 1문자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해지는 시점에서 한자는 그들과의 교역을 보다 긴밀히 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또 우리 사전에 실려 있는 단어 중 상당수가 한자인 점을 감안할 때, 한자를 무시하고 한글만 쓴다는 것은 그 뿌리를 버리는 자세나 마찬가지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 왔으며, 또한 현실적 필요성도 점차 커지는 한자를 한글과 병기하는 국한자 혼용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문세 (성광중)
다른 글에 비해 국어 정서법을 잘 지키고 있어서 읽기에 편했다. 정서법에 어긋난 글은 그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글을 읽을 때 호흡이 자꾸 끊겨서 글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인상을 주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글은 칭찬할 만하다. 문장의 표현도 좋다.
논술에서 자신의 주장이 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논지를 일관성 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학생의 글은 구성상 논지가 산만하게 제시된다. 둘째 단락의 끝에서 한글전용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선 다시 셋째 단락에서는 한글전용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논지의 일관성을 위해서는 셋째 단락에서는 한글 전용의 문제점을 보다 심도있게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는 글을 쓰기 전에 개요표를 먼저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요표를 작성하면서 단락별로 써야 할 내용을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이와 같은 잘못을 범하게 된다.
또 불필요한 내용이 첨가되어 있다. 영어 공용화에 대한 내용은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아니므로 쓸 필요가 없다. 어느 분야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논제에서 요구하는 범위 내에서 써야 한다. 논제에서 요구하지 않는 내용에 대한 언급은 오히려 감점의 대상이 된다.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는 국한자 혼용을 주장한 결론은 타당한 것이며, 본론에서 제기한 논지의 흐름과도 맞는다. 배경지식도 풍부하고, 논리적 사고력도 뛰어나다. 이런 장점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논술에서의 기본인 논제의 요구사항을 잘 살펴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는 큰 변화에 휩싸이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세계 각 지역의 사람들과도 공간적 제약 없이 교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한 사회변화가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제시문 (가)는 디지털 문명의 도래와 가상 경제로의 전환을 낙관하고 있다. 자유로운 상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생산자와 판매자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소비자 중심의 경제구조로 재편될 것이고,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범람하고 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한 정보의 지적 협력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사회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터넷의 상업화를 고려하지 않은 피상적인 기원에 불과하다.
제시문 (가)는 지식 정보화 시대의 혜택이 소수에게 돌아갈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정보를 많이 가진 자는 자본주의 시대에 돈을 많이 가진 자가 기득권층을 형성하면서 대중에 대한 횡포를 일삼던 것과 비슷한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며, 독점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사회공동체의 협력적 관계를 파괴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도 있다. 정보란 사회적 생산물인데 이를 개인의 사유물인 양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보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정보가 공공의 재산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보의 상업성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공감대를 확산하고 이를 제도적 장치의 마련으로까지 이끌어가야 한다. 인터넷 상업화가 가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처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 문명의 도래가 곧 삶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문명의 장점을 최대한 받아들이면서도 그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정보가 공공재라는 인식의 바탕 아래 적극적인 제도와 시스템의 완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효정(성화여고)
정보화 사회의 특징과 문제점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마디쯤은 얘기할 거리가 있는 내용이다. 그만큼 일상적인 소재이다. 이런 글을 쓸 때는 자칫 상식적인 수준에서 논의가 그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정효정 학생은 논제에서 요구하는 사항에 대해 구체적 논거를 내세워 심도있는 논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
좋은 논술이 되기 위해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사실 이해 능력, 문제 분석 능력이 일차적으로 요구된다. 즉 제시문을 통해 현실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분석해내는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학생은 제시문을 통해 정보화 시대의 문제점을 '인터넷의 상업화'와 '정보 독점의 용인'이라 말하고 있다. 타당한 분석이며, 이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까지도 적절히 언급하고 있다.
문제 해결 방안 제시도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정보를 '공공의 재산'으로 인식하자고 하는 주장과 이에 대한 근거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다만 이를 구체적 사례와 더불어 제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례를 제시할 때, 가정적인 사례는 삼가는 게 좋다. 추측에 의한 가정적 사례는 주관적인 성격이 강한 것으로 주장에 대한 타당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문장의 길이가 지나치게 길다는 점이다. 둘째 단락과 셋째 단락에서 한 문장의 길이가 거의 150자를 넘어서고 있다. 한 문장의 길이는 70자 정도가 가장 알맞으며 지나치게 긴 문장은 문장성분 간의 호응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또 논지를 산만케 하여 말하고자 하는 요지를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이 학생은 논술에 필요한 능력을 고루 갖춘 학생으로 꾸준히 글쓰는 연습을 계속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
◇ 평소 대입 논술에 대비하려면
1. 기출 문제를 점검하라=대학들의 논술고사는 대부분 전통적인 논술문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선호하는 주제는 각기 다르다. 예를 들어 서울대, 고려대 등은 철학 관련 주제가 많이 출제되며 연세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문제가 많다. 서강대는 죽음이나 고통, 쾌락, 자유 같은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자주 다루며 한국외대는 문화 관련 주제, 건국대는 가치 판단 문제가 주로 다뤄진다.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에서 수년 동안 출제됐던 기출문제를 점검하는 것이 논술고사 대비의 첫 단계다.
2. 요약 문제는 체계적으로 해결하라=대학입시 논술고사에서는 답안의 일부 내용에 요약문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많은 수험생들이 요약형 문제를 해결할 때 제시문의 일부 내용을 그대로 옮기거나 번역하는데 그쳐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요약할 때는 제시문 전체에서 파악되는 핵심 주장을 정리한 뒤 그러한 주장을 이끌어내는 개개의 근거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답안을 써야 한다.
3. 시사 쟁점을 놓치지 말라=시사 자체가 하나의 문제로 출제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시사 현상의 배후에 존재하는 사회 원리나 이론을 묻는 문제는 종종 출제된다. 또한 시사 쟁점을 충분히 익혀 두면 논술문을 작성할 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사례로 효과적이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 잡지 등에서 자주 다뤄지는 시사 쟁점을 통해 사회 현안과 그에 담긴 원리와 이론을 파악해둬야 한다.
4. 논술문을 자주 써 보라=아무리 아는 내용이 많아도 글로 제대로 옮기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자신이 알고 있는 배경 지식을 필요한 만큼 체계적으로 글로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기르려면 정기적으로 논술문을 작성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평소 연습할 때도 표현이나 구성 같은 형식적 측면에 유의하고 정서법에 맞게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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