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아직도 먼 산에는 눈이 많이 남아 있구나. 눈이 많이 내리면 길을 잃기 쉽지. 그래도 길을 잘 찾아야지 함부로 걸으면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겠지. 그뿐만 아니라 뒤에 오는 사람들은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보고 걷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할거야. 앞서가는 사람이 길을 잘못 들면 뒤따라오는 사람들 모두가 엉뚱한 길로 들게 되니까…….
그래서 서산대사(西山大師)는 '눈 내린 들판을 걷더라도 함부로 걷지 말라'는 아주 의미 깊은 시(詩)를 남겼단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가더라도
이리저리 함부로 걷지 말아라
오늘 나의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에게는 길이 될지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훌륭하게 여겨 가슴 깊이 새긴단다.
서산대사는 임진왜란 때에 승병을 이끌고 나라를 구하는 데에 앞장서신 용감한 분이란다. 휴정대사로도 불렸는데 그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꿈에 한 노파가 찾아오더니 '귀한 사람을 잉태하였소. 참으로 반가운 일이오'하며 축하해 주더라는구나. 그런데 이상한 것은 똑같은 시각에 아버지도 꿈을 꾸었는데 한 노인이 나타나더니 '아기 스님을 뵈러 왔소. 이름은 구름 운(雲), 학 학(鶴)으로 하는 것이 좋겠소'라고 하였대. 그래서 대사는 어릴 적에 운학으로 불렸다는구나.
그 후, 대사는 스님이 되는 시험인 승과(僧科)에 급제하여 정말로 스님이 되었지. 아마도 어릴 적부터 스님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고 계속 공부를 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해. 대사는 공부를 많이 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었지.
그러자 억울하게 모함을 당하기도 하였다는구나. 정여립(鄭汝立)이라는 사람이 '정씨가 왕이 된다'는 을 퍼뜨리며 역모를 꾀할 때의 일이야. 정여립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서산대사와 그의 제자인 유정(惟政)을 끌어들이면 자신의 죄를 용서받을 줄 알고 거짓으로 서산대사와 유정도 역모를 함께 하였다고 고자질하였지. 그 바람에 옥에 갇히기도 하였지만 나중에 거짓임이 밝혀졌단다.
그 뒤 선조 임금은 서산대사를 석방하면서 손수 그린 소나무 그림에 시를 적어 주었는데 오늘날에도 전해지고 있단다.
그대 거문고 안고 늙은 소나무에 기대었으니
늙은 소나무는 변하지 않는 마음이로다
나는 긴 노래 부르며 푸른 물가에 앉았으니
푸른 물은 빈 마음이로다
마음이여, 마음이여! 오직 나와 그대뿐이로다
이 시로 보면 선조 임금은 서산대사를 매우 존경하고 믿었던 것으로 보이는구나. 또 자신의 마음을 시로 지어 나눈 것도 멋이 있어 보이고……. 훌륭한 사람은 이처럼 남긴 자취도 아름답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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