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플(TOEFL: Test Of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이 바뀌고 있다. 과거엔 한국 학생들이 강한 암기식 학습에 듣기 능력만 가미하면 충분히 고득점이 가능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토플의 변화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단순히 PBT(Paper Based Test)에서 CBT(Computer Based Test)로 바뀐 것만으로는 영어 실력을 제대로 테스트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상당 기간 계속됐기 때문. 토플 성적이 높은 아시아권 학생들이 미국에 유학 가서 강의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했다. 결국 영어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높은가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가를 측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미국의 토플 출제기관인 ETS는 이를 받아들여 CBT를 시행한 지 몇 해 지나지 않아 전혀 새로운 개념의 IBT(Internet Based Test)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지난해 11, 12월 미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에서 IBT가 치러졌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등 나머지 국가에선 올해 안에 IBT가 도입될 예정이다.
새롭게 바뀐 토플은 글자 그대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테스트 방법이 아니라 내용의 현격한 변화다. 종전의 읽기와 듣기, 쓰기뿐 아니라 말하기까지 테스트에 포함된다.
▲말하기(Speaking)=IBT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말하기가 추가됐다는 것. 과거 ETS가 주관하는 말하기 시험인 TSE(Test of Spoken English)가 있긴 했지만 토플에 말하기 섹션이 포함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 유형도 TSE와 사뭇 다르다. 말하기 섹션에는 모두 6개 문항이 있으며, 각각 주어진 문제에 대해 45~60초 동안 영어로 스피커를 통해 말하기를 해야 한다. 난이도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첫 문항은 인물·사건·장소·사물 등에 대한 개인적 경험을 45초 동안 말하는 것이다. 둘째 문항은 두 가지 선택사항을 주고 응시자가 선호하는 것에 대해 45초 동안 말하는 것이고, 세 번째와 네 번째 문항은 주어진 지문을 읽은 뒤 지문과 관련된 대화·독백·강의 등을 듣고 60초 동안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째와 여섯째 문항은 두 사람의 대화와 교수 강의를 듣고 내용을 60초 동안 요약해 말하는 것이다.
▲쓰기(Writing)=쓰기의 난이도도 높아졌다. 종전 CBT에도 쓰기는 있었지만 난이도가 한층 높아진 문항이 이번에 추가된다. 주어진 문장에 대해 30분 동안 작문하는 문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주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며 300단어 이상 에세이를 써내야 한다. 추가된 '통합형 쓰기'는 학술적인 글을 먼저 읽고 내용과 관련된 강의를 들은 뒤 문제를 푸는 것이다. 강의 내용에 따라 다양한 주제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성 시간은 20분이며, 150~220 단어로 써내야 한다.
▲읽기(Reading)와 듣기(Listening)=지문이 길어진다. 읽기에서 지문 길이는 700 단어 정도로 종전 CBT보다 한 문단 이상 길어질 전망이다. 지문은 3개 정도가 예상되며 각 지문별로 11~13개 문제가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읽기에 배정된 시간은 60분. 문제는 이미 익숙한 주제찾기, 어휘, 지시대명사가 나타내는 단어 및 문장 찾기, 적당한 위치에 주어진 문장 넣기 등이 있다. 하지만 지문 속의 특정 문장을 정확하게 바꿔 쓴 보기를 찾기(Paraphrasing)나 테이블 작성 등의 새로운 유형도 등장한다.
▲듣기(Listening)=대학 생활에 대한 두 사람의 대화 2개, 강의 4개 정도로 구성된다. 지문별 문항은 5, 6개이며 배정된 시간은 20분. 역시 지문의 길이가 상당히 길어진다. 대신 대화나 강의를 듣는 도중에 중요한 내용을 필기도구를 이용해 적어두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제 수업을 듣는 형태의 문제 출제가 이뤄지는 셈. 단순히 교수 혼자서 강의를 들려주는 것 외에 교수가 학생들과 대화(Discussion)를 하는 지문도 등장한다. 문제 유형은 읽기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지문 내용을 다시 듣고 말하는 사람의 의도와 태도가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가 새로 추가된다.
▲기타=우리나라 학생들이 강점을 보이는 문법 문제가 없어졌다. 말하기와 쓰기를 통해 정확한 문법을 구사하는지 충분히 측정할 수 있는데 굳이 문법 문항을 별도로 출제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말하기와 쓰기를 할 때 반드시 정확한 문법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문법 측정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듣기에서 짧은 대화를 듣고 푸는 문제도 없어진다. 대신 길어진 대화나 강의를 듣고 난 뒤 짧은 대화와 비슷한 분량의 지문을 다시 듣고 푸는 문제가 추가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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