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첫 장관 인사청문회 '霧散' 안 된다

유시민 의원 입각이 촉발한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갈등 속에 5개 부처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마저 무산 위기에 직면했다. 열린우리당 전병헌 대변인은 어제 "한나라당의 청문회 참여를 촉구하되 다른 야당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굳이 청문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사실상 청문회를 열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참으로 한심한 태도다. 엊그제까지 인사청문회에서 청와대가 밀어붙인 유 의원과 정세균 전 의장 입각을 따지겠다고 펄펄 뛰던 모습은 어디 갔는가.

장관 인사청문회는 지난해 4명의 장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줄줄이 중도 하차하면서 도입한 제도다.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른바 '빅4' 청문회를 확대해 국무위원 전체를 국회에서 검증하자는 취지다. 따라서 이번 장관 내정자 5명이 첫 대상에 올라 자신의 재산 형성과 경력, 업무 능력, 도덕성을 국민 앞에 소명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특히 여당 의원들이 이번 개각 논란의 중심인 유 의원을 잔뜩 벼르는 터여서 관심이 높았다.

전 대변인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한나라당이 주장해 채택한 제도인 만큼 야당이 없는 상태에서 단독 개최는 어렵다"고 발을 뺐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사학법 반대 장외 투쟁을 이유로 청문회 무산 책임을 이대로 덮어쓸 것인가. 한나라당은 이전에도 대통령 탄핵을 비롯해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준' 자충수를 둔 게 한두 번 아니지 않은가. 한나라당은 어렵게 도입한 제도가 초장부터 무용지물이 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처신해야 옳다.

선진국처럼 장관 인사청문회를 제도화했으면 반드시 시행하는 게 입법 기관의 자세다. 각 당의 사정에 따라 대국민 약속을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국회를 국민이 어떻게 보겠는가. 일정대로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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