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朴 대표가 등원해야 하는 이유

"이런 식으로 장관인사를 하는데 한나라당은 무엇합니까. 장외투쟁도 좋지만 인사청문회에는 들어가야 되는 것 아닙니까?"

유시민 의원 입각 파동 때 한나라당 한 초선의원에게 걸려온 전화 내용이다. 그는 기자와 만나 이 같은 통화내용을 전하면서 장장 한달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장외투쟁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냈다. 그는 "요즘 이런 전화 자주 받는다. 사학들이 신입생 거부운동도 접었는데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갈지…"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단독으로 사학법 개정안을 처리한 지도 9일로 만 한 달이 지났다. 덩달아 그 기간만치 한나라당의 장외투쟁과 등원거부도 계속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11일 수원집회에 이어 매주 지역을 돌며 대규모 장외집회를 계속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2월 임시국회는 물론 4월 임시국회도 보이콧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 같은 한나라당 강경입장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표가 있다. "사학법 철회 내지 재개정 약속이 없으면 등원은 없다"는 게 박 대표의 일관된 주장이다.

2004년 당 대표 취임 후 지금까지를 더듬어 보면 박 대표에게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일부에서 "측근그룹들이 박 대표를 잘못 모시고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박 대표는 아랑곳않고 있다. 장외투쟁과 관련해 '이설'을 달거나 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태도다. 지난주 원희룡 의원은 주간지 인터뷰 내용 때문에 공식회의 석상에서 홍역을 치렀다. 박 대표가 "아무리 민주화 됐다지만 '도'를 넘었다"며 원 의원에게 '항복'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장외투쟁과 등원거부에 대한 박 대표 입장은 요지부동이라는 점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박 대표가 간과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우선 박 대표가 맞서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이다. 노 대통령은 싸움이 붙으면 결코 밀리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지난번 장관인사 때는 물론 그 전에도 누차 확인됐다. 그런 노 대통령에게 박 대표는 "그렇다면 나도"라는 식으로 맞붙고 있다. "과연 적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지 의문스럽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 절차상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장외투쟁과 등원거부를 사학이 제기한 헌법재판소 판결 때까지 끌고 갈 작정이라면 모르지만 장외에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미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까지 된 법이 물리적으로 철회될 가능성은 전무한 것이다. 따라서 법의 철회와 재개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당내에서 '병행투쟁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투에는 '전방'도 있지만 '후방'도 있다. 싸움에서는 공격만이 아니라 싸우면서도 물러설 줄 아는 유연성이 더 필요한 때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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