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이른 아침마다

내 방 창 너머 지붕 꼭대기에 찾아와

혼자 앉은 작은 새를 봅니다.

굴뚝 연기 휘몰아치는 겨울 세찬 바람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그 모습 보면

내 마음이 아립니다.

얼른 다가가 그 여린 어깨를

따스하게 다독여 주고 싶지만

어느새 훌쩍 날아가 버리는

늘 혼자인 작은 새

이른 아침마다

내 방 가까이 찾아오는

작은 새를 보는 내 마음이

너무너무 아립니다.

권영세 '작은 새'

진정한 사랑은 '나'와 다른 '너'에 대한 이해와 베풂과 안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와 같은 '너'에 대한 이해와 베풂과 안음을 '사랑'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사랑'에 익숙한 우리는 '나'와 다른 '너'에 대해서는 오히려 경계하고 적대시했습니다.

이제 '사랑'을 베풀려고 해도 이미 '나'와 다른 '너'는 사랑의 진정성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 와 다른 '너(작은 새)'에게 '다가가 그 여린 어깨를/ 따스하게 다독여 주고 싶지만/ 어느새 훌쩍 날아가 버'립니다. 믿음을 주지 못하는 '사랑' 은 공포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와 '너', 모두는 막연한 불안함으로 떠도는 '늘 혼자인 작은 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이 가지는 '작은 새'에 대한 연민은 약자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믿음을 주지 못하는 '나'에 대한 연민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 대한 연민입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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