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하천 부지 아파트?

'침묵의 봄'으로 유명한 레이첼 카슨은 새의 서식처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서 땅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는 근년 들어 과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재개발'재건축 열기에 휩싸여 있다. 곳곳에 재건축 추진 현수막이 펄럭이고, 어디를 가나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파헤쳐져 있다. 캐나다 밴쿠버시는 조류 서식처가 30종을 넘어서야 재개발'재건축 허가를 내준다. 맨해튼에는 270종의 새가 서식한다.

◇지난 10월 1일 물길이 열린 청계천은 하루 평균 17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콘크리트 덮개를 걷어낸 지 2개월 만에 23종의 새가 서식하는 생태 하천으로 탈바꿈했다. 주변 레스토랑'카페 등은 '청계천 특수'를 톡톡히 누린다. 청계천 시발점에 위치한 유명 레스토랑의 분수대가 내려다보이는 26번 테이블은 보름 전에 예약해야 앉을 수 있다. 환경을 개선하면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을 방증하는 자연의 선물이다.

◇대구는 환경과 연관성이 큰 도시다. 350년 전통의 대구약령시도 분지인 대구에 물이 귀해 피부병 환자가 많이 발생하자 그를 치료하기 위한 약재상들이 모여든 것이 한 이유가 됐다. 1991년 페놀 사태를 겪었고, 담장 허물기 운동은 전국적으로 벤치 마킹의 대상이 됐다.

◇7년 전 전국 최초로 대구시 남구가 쓰레기 분리 수거에 성공했고, '건천 방지화' 기술을 도입해 물길을 되살려 낸 신천은 청계천 복원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금호강의 물을 상동교까지 끌어올려 신천 수위를 유지하는 기술이 청계천 복원의 핵심이 된 셈이다. 이처럼 뛰어난 하천 복원 기술을 지녔고, 환경의 중요성도 알고 있지만 대구 범어천, 진천천, 달서천 등 24곳 하천은 개발 논리에 밀려 콘크리트 뚜껑을 덮어쓴 채 제 모습을 잃었다.

◇최근 대구시는 수성구 매호천 주변 하천 부지를 아파트 사업자에게 공짜로 주려다 감사원에 발각돼 폐천 절차를 밟고 있다. 우수기 홍수 조절 공간과 쉼터 기능을 지닌 시민들의 친수(親水) 공간을 시민들 몰래 팔기로 한 '간 큰 행정'에 말을 잃게 된다. 환경을 살려야 경제가 살고 기업이 산다. 매호천을 원상태로 보존하고, 대구 지역 복개천을 생태 하천화하는 일, 서둘러야하지 않을까.

최미화 논설위원 magohalm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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