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경호(45·수성구 황금동) 씨. 고교 3년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으니, 벌써 26년을 담배와 동고동락해왔다.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으라'는 가족들의 협박(?)이 이어진데다 체력도 부쩍 떨어져 수없이 담배와 절교를 선언했었다. 하지만 번번이 '작심삼일'이었다.
매년 1월 그가 버린 담배와 라이터만 해도 수십만 원 어치다. 그러던 차에 그는 구세주를 만났다. 지난 해 11월 친구의 권유로 수성구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것. 12일 클리닉이 제공하는 6주 과정을 모두 마치는 그는 '지겹도록 따라다니던' 흡연의 굴레를 벗었다고 고마워했다.
"술자리, 화장실, 스트레스 등 담배의 유혹이 얼마나 대단하던지. 정말 끊기 어렵더군요. 그런데 보건소에서 상담도 받고 금연보조제를 통해 이젠 어느 정도 적응을 한 것 같아요. 금연 기간 동안 몸이 확실히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왜 이걸 그렇게도 짝사랑했는지 모르겠어요."
김 씨처럼 더 이상 '작심삼일'의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애연가들의 발길이 대구시내 보건소 금연클리닉으로 향하고 있다. 무료인데다 서비스가 '고급 병원' 수준이어서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는 것.
지난 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금연클리닉을 운영해온 수성구보건소 경우 하루 30~40 명의 애연가가 꾸준히 찾고 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1천617명이 등록을 했고, 6천938명이 전화상담을 받았다.보건소는 우선 금연 희망자를 상대로 개인별 상담과 등록카드를 작성한 뒤 체내 일산화탄소 축적량 검사와 혈압·폐기능 측정 등 금연 관련 건강검진 등을 실시한다.
여기에서 '골초' 여부가 가려진다. 이어 흡연자의 흡연량 및 건강상태에 따른 '맞춤형 금연 상담'이 이뤄진다. 또 흡연패치, 약물처방, 금연껌 등 금연보조제뿐 아니라 금연 욕구를 가라앉혀 주기 위해 금연 서약을 되새겨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보내준다.
이 곳 홍영숙 보건과장은 "이런 노력으로 인해 지난해 등록한 1천617명 중 꼭 절반이 6주 금연에 성공했고, '완전히 금연했다'고 보는 최소 기간인 6개 월을 넘긴 사람은 전체의 30%에 달한다"며 "최근엔 대기자 수가 급증하면서 4명의 상담사 인원을 올해부터는 8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보건소도 금연클리닉을 찾는 흡연자들이 늘면서 문턱이 닳을 정도다. 대기자 수만 200명이 넘었다. 지금 등록해도 수개월을 기다려야할 판. 따라서 4명의 상담사 인원도 6명으로 증원할 계획이다.이 곳 정운영 금연클리닉 담당은 "지난해는 1천 명이 등록을 했는데 올해는 강북 보건지소가 새로 문을 여는 등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금연사업지원단 교육분과위원장인 김대현 동산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해마다 연초가 되면 70% 이상의 흡연자가 금연을 시도하지만 금연 성공률은 5%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전문가의 상담과 금연보조약물을 사용하면 성공률은 40~50%까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이나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통해 체계적으로 금연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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