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우디 하지 순례자 345명 압사

메카서 '마귀 돌기둥' 投石 의식 중…부상자 1천여 명

거의 해마다 되풀이되던 무슬림들의 연례 메카 순례 행사(하지)가 올해 또다시 대형 압사사고로 얼룩졌다. 올해 하지 행사에 참가한 무슬림들이 12일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을 치르면서 압사사고가 일어나 최소 345명이 사망하고 1천여 명이 부상했다고 사우디 내무부가 밝혔다.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은 메카 순례의 대미를 장식하는 행사로, 선지자 아브라함이 신의 소명에 따라 아들 이스마엘을 제물로 바치려 할 때 유혹했다는 악마를 쫓는 의식이다. 이 의식에 참가하는 순례자들은 메카 인근의 미나 계곡에 세워진 3개의 돌기둥을 향해 인근의 무즈달파 돌산에서 주워온 조약돌을 던지며 "악마여 물러가라"를 외친다.

3개의 돌기둥은 아브라함과 아브라함의 아내인 하갈, 그리고 두 사람의 아들인 이스마엘을 각각 유혹한 악마를 상징하며, 순례자들은 사흘에 걸쳐 돌기둥 하나씩에 돌을 던지게 된다. 이날 압사사고는 3개의 돌기둥이 있는 알 자마라트로 접근할 수 있는 인도교의 진입로 한 곳에서 순례자들이 여행가방에 걸려 차례로 넘어지면서 발생했다고 내무부는 밝혔다.

사우디 내무부 대변인인 만수르 알 투르키 소장은 지금까지 파악된 사망자 수는 345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은 사망자 수가 350명을 넘어섰다며 부상자 가운데 노약자들이 많아 최종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사우디 국영 TV는 사망자들은 주로 남아시아 지역에서 온 순례자들이라고 전했다. 아랍권 TV 방송들은 자마라트 인근의 도로에 방치된 시신의 참혹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한 목격자는 수십 구의 시신들이 냉동 트럭으로 실려나가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사우디 당국은 사고 직후 긴급 구호작업에 나섰지만 다른 순례자들이 투석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 계속 몰려들어 구호작업을 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사고는 사우디 정부가 압사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비상대책을 마련한 가운데 또다시 발생한 것이어서 사우디 당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의식은 순례 중 반복되는 기도와 명상, 단식으로 지친 사람들이 돌기둥을 맞히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려고 몸싸움을 벌이면서 자주 대형 압사사고로 이어졌다. 2004년 이 의식을 치르는 과정에서 251명이 압사했고, 90년에는 무려 1천426명이 사망했다. 또 지난 94년과 98년에도 270여 명과 118명이 희생됐다.

사우디 당국은 2004년 사고를 계기로 약 3천만 달러를 들여 비상통로를 더 많이 갖춘 인도교를 설치하는 등 미나 계곡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특히 3개의 돌기둥을 모두 돌벽으로 바꾸어 과녁을 크게 만들고, 폐쇄회로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해 인파이동을 감시하면서 현장에 배치된 보안원들을 동원해 분산을 유도했다.

아울러 약 250만 명의 순례자들이 한꺼번에 투석의식에 참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벽 기도 전부터 이 의식을 진행해도 괜찮다는 종교지도자의 파트와(이슬람법 해석)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첫날과 이튿날은 별다른 사고가 없었지만 마지막 날 지친 순례자들이 원래 의식을 행하도록 돼 있는 정오 시간을 전후해 몰려들면서 결국 사고가 터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편 지난 5일 메카에서 호텔 붕괴사고가 일어나 순례객 76명이 이미 사망해 올해 메카 순례 행사는 1천400여 명이 압사사고로 희생된 지난 90년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하지로 기록되게 됐다.

카이로연합뉴스

*메카 순례 대형 慘事 일지

순조롭게 끝나는 듯했던 올해 메카 순례행사(하지)도 12일 마귀 돌기둥에 돌 던지는 의식이 결국 대형 압사사고를 불렀다.

다음은 메카 순례 기간에 발생한 대형 참사를 정리한 것이다.

▲1979년 = 사우디 무장세력 250여 명 메카 사원 점거 농성에 따른 진압작전으로 무장세력 100여 명과 사우디 경찰 127명 사망

▲1987년 = 사우디 보안군과 이란 시아파 순례자 충돌로 400여 명 사망

▲1990년 = 하지 기간 압사사고로 인도네시아, 터키인 순례자 등 1천426명 사망

▲1991년 = 나이지리아 순례객 태운 항공기 귀국길 추락해 261명 사망

▲1994년 = 자마라트 인도교 부근 압사사고로 270명 사망

▲1997년 = 메카 인근의 미나평원 텐트촌 화재로 순례객 343명 사망

▲1998년 = 압사사고로 119명 사망

▲2001년 = 압사사고로 35명 사망

▲2004년 = 압사사고로 251명 사망

▲2006년 = 메카 호텔 붕괴로 76명 사망, 압사사고로 최소 345명 사망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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