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사망에 책임을 지고 지난해 말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이 동반 사임하며 경찰조직 내부가 술렁이고 있는 가운데 일선 경찰관의 집단행동 조짐마저 나타나자 경찰 수뇌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 수뇌부의 이런 민감한 반응은 일단 치안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인사를 앞두고 술렁거리는 분위기로 근무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이런 동요는 예년의 인사철보다 더 조직적이고 수위가 높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예민한 대응은 수사권 조정, 경찰공무원법 개정 등 민감한 현안을 앞두고 경찰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수뇌부의 고민을 반영한다.
경찰청은 9일 일선 경찰서에 근무기강을 확립하라는 지시와 함께 전·현직 경찰관의 온라인 모임인 '무궁화클럽'에 소속 경찰관이 가입했는지 실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무궁화클럽은 그동안 경위까지 근속승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경찰공무원법 개정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등 경찰의 권리 향상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무궁화클럽 탈퇴를 종용한 것은 아니고 현재 당정이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을 놓고 협의 중인 민감한 때인 만큼 실태만 조사했을 뿐"이라며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가입했는데 어떻게 강제로 탈퇴하도록 하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시 공문에서 11일 오후 무궁화클럽 주최로 열린 경찰공무원법 개정안 세미나에 현직 경찰관이 참석하지 않도록 각별히 감독하라고 지시했다. 현직 경찰이 경찰의 권익을 주장하는 이런 행사에 참석하는 자체가 모양새가 좋지 않고 '조직적' 움직임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부산의 일선 경찰서 한 경사는 11일부터 근속휴가를 받아 부산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도보 행진을 시작했는데 경찰은 이를 '돌발행동'이라고 보고 12일 오후 경주까지 급히 뒤쫓아가 경위를 파악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경사는 도보 행진을 취미로 수차례 했던 경험이 있어 별다른 뜻 없이 여행삼아 행진을 시작했는데 부산경찰청이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여 진상파악에 나섰던 것.
앞서 경찰청의 한 간부가 '농민사망의 책임을 경찰의 폭력에만 전가해 경찰이 매도되고 있다'는 이유로 청와대 대통령 앞으로 자신의 경찰 모자를 소포에 담아 보내는 '돌출행동'까지 겹치면서 경찰 수뇌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경찰청은 이 사실이 알려지자 즉시 '이런 일이 재발하면 엄중문책하겠으며 각급지휘관은 부하직원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경찰 일선에서 일고 있는 이런 동요는 이미 지난해 말 허준영 전 경찰청장의 퇴임식에서 감지됐다.
수사권 조정과 경찰공무원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했던 허 전 청장이 농민사망의 책임을 지고 전격사퇴하자 상당수 경찰관이 눈물과 함께 대형 지지 현수막을 내걸었는가 하면 '경찰은 사망했다'는 뜻의 검은 리본을 착용하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경찰의 입장을 강력하게 대변해왔던 허 전 창장의 '극적인' 사퇴가 내부 결속력을 더욱 강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찰 조직이 예전처럼 위에서 '누른다고' 아무 말 없이 따라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런 일선 경찰의 동요와 '주체성'이 경찰 수뇌부의 가장 큰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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