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심 불법광고물 퇴치 '어르신 특공대' 맹활약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불법 광고물 퇴치 '특공대'로 나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대구시내 각 구청이 지난해부터 불법 광고물을 수거해오는 노인들에게 현금 및 쓰레기봉투로 보상을 해 주자 그 이전에 비해 80배가 넘는 불법광고물 수거실적이 올라온 것. 구청 관계자들은 어르신들 덕분에 거리가 말끔해졌다며 올해부터는 재정투입을 확대, '노인 특공대'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 달서구 감삼동 사무소엔 매주 화요일이면 불법광고물을 가득 실은 손수레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단독주택이 많은 감삼동은 달서구 내에서 불법광고물이 가장 많은 곳. 그러나 지난해 이후 노인들이 불법 전단지와 벽보수거에 나서면서 동네가 달라졌다.

이모(67) 할머니는 불법광고물을 주워 주당 60장(장당 430원)의 쓰레기 봉투를 받아갔다. 돈으로 따지면 한 달 10만 원어치. 할머니는 "거리도 깨끗하게 만들고 용돈도 벌고 하니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라고 좋아했다.

대구 동구 방촌동에선 할머니·할아버지 4, 5명이 '계'를 만들어 번갈아가며 불법광고물 수거에 나서고 있다.

방촌동 사무소 관계자는 "전단지 2장에 겨우 5원을 보상해 주지만 노인들이 쉬엄쉬엄 모아 5명치의 수거 보상금액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광고물을 주워 오는 노인들이 급증하면서 일부 구청은 지난해 이 제도 시행을 위해 준비한 재정이 바닥났다. 지난해 7천여만 원을 보상해 준 동구청과 수성구청은 10월쯤 준비한 보상금이 모두 나갔다.

대구시가 올 초 행정자치부에 보낸 지난해 불법 광고물 수거실적은 1억6천987만 건. 2004년(210만 건)에 비해 무려 80배가 넘었다. 이 중 어르신들이 주워 온 불법광고물만 1억4천460만 건. 전체 수거 실적의 85.1%다.

지난해 노인 참여인원만 7만1천327명. 보상금액은 4억6천만 원으로 달서구와 서구 어르신들은 35만 장(1억6천만 원)의 쓰레기 봉투를 챙겨갔고 나머지 구 어르신들은 3억 원의 현금을 타 갔다. 달서구가 1억496만 원을 보상, 가장 많은 보상금을 줬고 서구는 가장 많은 어르신들(2만405명)이 불법광고물 수거 특공대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내 각 구청은 올해 어르신 특공대에 대한 보상금을 지난해보다 더 늘렸다.대구시도 지난해 2억2천500만 원이었던 특별교부금을 3억3천만 원으로 늘려 시내 구청에 지원한다. 이에 따라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된 돈은 지난해 4억 6천만 원에서 올해는 6억6천만 원으로 늘어났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금을 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 쓰레기 봉투와 현금으로 이분화된 현 보상체계를 현금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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