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대구교대 미술교육과 박휘락 명예교수

"미술 작품에 대해 지식만 전달하던 시대는 갔습니다. 이제 관람객들이 작품과 대화하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박휘락(71) 대구교대 미술교육과 명예교수의 미술교육에 대한 지론은 확고했다. 선생이 학생들에게 작품에 대해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학생은 이를 그냥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초·중·고교 과정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나서 작가가 되는 경우가 1%나 될까요? 나머지 99%의 학생들은 그냥 관객일 뿐입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미술을 스스로 감상하고 평가하는 능력입니다." 박 교수의 설명은 계속됐다.

이를 위해서 박 교수는 '학교에서도 전시장을 찾아가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전시장도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미술관을 잘 찾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이끌고 가서 현장교육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라는 박 교수는 "미술관에서도 반기지 않는 것 같더군요. 준비가 안 돼 있기 때문일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박 교수는 미술관에서 '도슨트(docent: 전문지식을 갖춘 문화 자원봉사자)' 제도를 도입해 운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유물이나 미술품을 수집·보관·연구·전시하는 공간으로서만이 아닌, '작품에 대해 교육하고 이를 보급하는 미술관'으로서 역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설명해 이해를 돕는 것은 원래 미술관 학예연구사들의 몫이지만 소수의 인원으로 다수를 상대하기엔 한계가 있기에 자원봉사자들의 손을 빌리자는 것이 박 교수의 얘기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정한 자격요건이 필요하다.

박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학부 출신의 지원자에게 일정한 교육과정을 거친 뒤 국가 자격시험을 거치게 한 뒤 '미술관 강연자'로 내보낸다. 박 교수는 "미술관이 마련한 교육과정을 거쳐 일정 수준의 전문지식을 갖게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전문지식을 갖추는 것이 끝은 아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관람객의 수준에 맞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특히, 미취학 아동이나 저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 경우 이는 더욱 절실하다. "작년 한 전시회에서 미술전공 학생들이 초등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열심히 설명은 하는데 온갖 전문용어를 섞어 쓰고 있어'학생들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싶더군요."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과거에 도슨트는 작품을 능통하게 설명만 하면 됐습니다. 이것은 그저 자신을 위한 설명에 불과하지요. 요즘엔 관람객이 스스로 해석하고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도슨트의 역할입니다." 박 교수의 부연 설명이다.

이러한 과정은 또한 일방적이 아니라 일종의 문답을 통해 '양방향'으로 해야 효과적이다. 도슨트가 작품설명을 하면서 관람객의 질문을 이끌어내면서 호기심을 자극해나가는 것이다. 박 교수는 하나의 예를 들었다.

"일본의 오하라미술관이 발간한 '미술교육 10년사' 자료를 봤습니다. 모네의 수련(水蓮) 그림 앞에서 학예사가 '무슨 그림이냐'고 묻자 한 어린이가 '개구리가 있어요'라고 답했다는 얘기가 실려 있더군요. 아이들은 우리의 시각으로는 볼 수 없었던 연못 속의 개구리를 보았던 겁니다. 아이들만의 이런 창조적 생각을 유도하고 바르게 이끌어주는 것이 도슨트의 역할이 돼야 합니다."

박 교수는 미술, 그리고 미술관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도슨트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봤다. 박씨는 "아이들은 미래의 관람객들입니다. 이들이 미술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만 미술관도 생존할 수 있는 겁니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아직은 대구의 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시립미술관 건립과 함께 도슨트를 상시 운용하면 대구도 서울처럼 도슨트 활동이 일상화 할 것"이라고 박 교수는 전망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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