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교도소, '지강헌 사건' 시사회 참석 불허

1988년 발생한 지강헌 일당의 교도소 탈주·인질극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A씨가 이 사건을 극화한 영화 '홀리데이'(감독 양윤호, 제작 현진씨네마)의 시사회를 강력 희망했으나 무산된 사실이 알려졌다.

인질 사건 이후 현재 대구교도소에 복역 중인 A씨는 '홀리데이'의 영화화 과정에서 제작사 현진씨네마의 이순열 대표를 만나게 됐고, '홀리데이'가 완성되면 보고 싶다는 뜻을 영화사를 통해 전달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다방면으로 A씨의 시사회 참석을 적극 추진했으나 결국 10일 대구교도소로부터 '협조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순열 대표는 13일 "영화를 준비하면서 생존자를 수소문하다 A씨가 대구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두 차례 면회를 갔다. 처음에는 영화의 의도에 대해 의심의눈초리를 보이던 A씨도 영화 내용을 듣고 만족해했다"고 밝혔다.

영화 속에서 여현수가 연기한 민석이 A씨를 모델로 한 것. 지강혁이 민석에게는반강제적으로 자수를 권유한 것으로 그려졌다. 이 대표는 "A씨는 현재 모범수로 외부 전화통화가 가능해 이후 수차례 내게 전화를 걸어와 영화의 진행과정을 물었고 영화의 성공을 기원했다. 연말에는 연하장도 보내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개봉을 앞두고 어떻게든 A씨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으나 무산됐다. 심지어 시사회를 추진하면서부터는 교도소로부터 면회도 거절당했다. 그에게서 전화도 오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진씨네마는 9일 '홀리데이'의 시사회를 열 수 있게 해달라는 협조공문을 대구교도소측에 보냈다.

그러나 대구교도소는 10일 "'홀리데이'에 대해 요청한 시사회가 우리소에 수용중인 관계 수용자 및 일반 수용자의 수용생활에 심히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협조요청이 불가함을 알려드린다"고 회신을 보내왔다. 이에 앞서 A씨는 1월 들어 이순열 대표와 연락이 되지 않자 6일 이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A씨는 편지에서 "지난 면회 때 제가 직접 시사회에 참석해 내용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씀드린 걸로 기억하는데 잊으셨나요?"라며 "저는 사건의 당사자이고 가명이라고 하지만 영화에 나온다고 하니 어떻게 표현됐는지 직접 봐야 되는 거 아닌가요? 답답함으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네요"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탈주하는 과정 때문에 시사회 자체를 불허한 것 같다. 그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면서 "그러나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사건 당사자들을결코 미화하거나 영웅화하지 않았다. 차후에라도 비디오나 DVD로라도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교도소 측에서 배려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한편 현재 대구교도소에는 A씨 외에도 지강헌 일당과 함께 탈주했다 서울로 오지 못하고 첫날 잡힌 6명 중 두 명이 함께 복역 중이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