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인 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아파트로 이사하던 이모(40) 씨는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흐르는 경험을 했다. 이씨의 집은 33층. 고가 사다리차를 이용할 수 없는 높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 짐을 나르던 이씨는 애지중지하던 소파가 승강기 안으로 들어가지 않자 당황했다. 결국 그는 인부 4명과 함께 33층까지 계단으로 걸어서 소파를 날라야 했다. 소파 나르는 데만 꼬박 1시간이 걸렸다.
이씨는 "33층인 집까지 승강기와 계단으로 이삿짐을 옮기는 데만 5시간이나 걸렸다"며 "하지만 승강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정도에 불과해 곤욕을 치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근 대구지역에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시대가 열리면서 고민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 분양 물량의 대부분이 중·대형 평수인 탓에 이삿짐 자체가 많은데다 고가 사다리차가 닿을 수 없는 23층 이상일 경우 일일이 승강기를 이용해 옮겨야 하기 때문.
이사에 걸리는 시간은 크게 늘었지만 정작 이사하는데 허락되는 승강기 이용 시간은 2, 3시간 정도로 제한돼 승강기를 이용하는 다른 주민들의 눈총을 받기 일쑤라는 것.
더욱이 정해진 입주 기간이 보통 30~45일 정도에 불과해 개인 사정에 따라 마음대로 날짜를 정해 입주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이 동네 또다른 입주민 김모(43) 씨는 "관리사무소에서 정해 놓은 입주 기간은 4, 5일 남짓이지만 하루에 4가구만 입주가 가능, 미리 정해준 날짜가 아니면 이사를 할 수 없었다"며 "사정으로 입주기한을 넘기면 살지도 않는 집의 관리비를 내야 한다"고 불평했다.
지상이 공원화되면서 대형 이삿짐 차량이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된 점도 이사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공원화된 아파트 지상으로 대형 차량이 진입하면 보도블록이나 목재로 된 바닥재가 하중을 이기지 못해 내려앉거나 깨지기 때문. 그래서 입구에서 소형 화물차를 이용해 지하 주차장의 승강기 입구까지 옮겼다 다시 승강기를 타고 각 가구까지 이삿짐을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이삿짐센터 관계자는 "기존 아파트에 비해 초고층 아파트는 짐을 옮기는 데만 시간이 2배나 더 걸린다"며 "추가되는 인건비 등 이사 비용이 일반 아파트에 비해 50~70% 이상 오르기 때문에 '왜 이렇게 이사 비용이 비싸냐'는 항의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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