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포미역 산증인 원용진씨

"하루 20만 원을 주고 해녀 3, 4명을 고용해 채취한 미역을 3, 4일 말려 포장까지 해 놓으면 수협과 농협에서 와서 전량 수매해 가. 우체국에서도 물량을 좀 나눠달라하는데 줄게 없어."

국내에서 생산되는 미역중 최고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울진 고포미역의 산증인인 원용진(71) 씨는 미역이야기가 나오면 정말 할 말이 많다.

"미역 좋은 건 다 알잖아? 고포미역은 엄선한 것만으로 1, 2, 4kg짜리로 포장, 품질 인증 마크를 붙여 판매하는데 값도 타 지역보다 2배 이상 비싸. 4kg 상품 한 단(1단 20올)이 14만 원인데 없어서 못 팔지."

사실 미역은 최근들어서도 암 예방, 혈중 콜레스테롤 강하, 담배 니코틴 해악 개선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됐지만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애용했음이 여러 문헌에 나타나 있다. 고려사에는 문종이 곽전(바닷가의 미역 따는 곳)을 하사했다고 기록돼 있고 충선왕때는 미역을 원나라 황태후에게 보냈다는 내용도 있다.

고포 미역의 인기가 그렇게 높다는 말에 양식 미역을 구해 팔면 큰 이익을 남기겠다고 딴지를 걸었다.

원씨는 한 마디로 잘랐다. "아이고, 그런 말 하지도 마라. 귀 빠진 날(생일날)이나 몸을 푼 산모 등이 먹는 신성한 음식인데, 욕심을 부리면 쓰나. 죄 받는다. 안 그래도 지난해부터 가짜 고포미역이 나돌아 고민이구마."

제대로 된 고포미역을 맛보려면 농·수협 직판장을 이용하거나 고포마을에 직접 주문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보다 미역 채취 철인 3월 말에서 5월 중순사이에 직접 고포에 들러 건조 과정도 보고 훈훈한 어촌마을의 인심과 함께 미역을 맛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 최고다. 문의 054)782-0916, 011-9637-0978.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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