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전 대구전이 31일 막을 내린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계명대행소박물관은 평일 1천500여 명, 주말 3천여 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14일 11만 명을 돌파한 대구전의 가장 인기관은 이집트관. 시민들은 "책에서 본 미라와 람세스 석상이네. 3천 년도 지났는데 표정이 생생해"라며 놀라움 섞인 감탄사를 연방 쏟아낸다.
하지만 335점의 유물을 아무 도움없이 둘러보면 왠지 밋밋하다. 60여 점의 유물을 설명해주는 MP3도 준비돼 있으나 효과적인 관람은 유물안내원의 설명을 듣는 것. 평일(주말 제외)에는 하루 10회 이상 2시간 30분 걸리는 유물투어가 있다. 그들이 귀띔하는 관람 팁을 알면 더욱 재미있다.
▷왕권과 신권=위엄 넘치는 고대 왕들은 무언가를 꼭 손에 쥐고 있다. 메소포타미아관 아슈르나시르팔 2세 석상은 왼손에 끝이 둥근 홀장(笏杖)과 같은 철퇴, 오른손에는 낫의 일종인 갈고리를 들고 있다. 철퇴는 3개의 마디로 되어 있다. 이집트관 파라오 또한 3개의 깃털로 구성된 채찍과 홀장을 들고 있다. 네쉬타넵타쉬르 사자(死者)의 서(書)도 마찬가지.
홀장은 목동들의 지팡이에서 유래된 것. 목동들이 양떼들을 불러 모아들이듯이 백성들을 한곳으로 모아들이는 왕권을 상징한다. 3개의 마디, 3개의 깃털은 세상의 생명이 탄생하는 지하, 지상, 천상을 모두 지배하는 신권을 상징한다.
▷눈동자의 변화=메소포타미아관의 고대 지중해 도시국가 팔미라 유물인 여자의 반신상과 성직자의 반신상, 그리스·로마관 디오니소스 대리석상, 하드리안 황제와 안티노스 흉상 등을 보면 고대 조각상의 눈동자 변화과정을 엿볼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유럽에서 회화작가로는 레오나르드 다빈치와 동시대에 살았던 알브레히트 뒤러가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또 하나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자세히 보면 머리카락과 수염 등의 묘사가 놀랄 만큼 정교함을 알 수 있다. 16세기 르네상스 화가들의 계승자임을 자처했던 그의 자부심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헤라클레스 찾아보기=전시 유물 중 헤라클레스와 직접 관련된 유물이 4점이나 있다. 모두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의 한 방법. 그리스와 로마를 포함한 유럽의 조각과 회화 소재로서 헤라클레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정답은 그리스·로마관 헤라클레스 조각상, 그리스 도자기 헤라클레스와 에리만투스의 멧돼지, 헤라클레스가 괴물 히드라를 공격하는 모습이 새겨진 로마시대 보석반지, 신혼부부와 헤라클레스가 있는 금-유리메달.
▷뱀과 용=주교의 지팡이를 보면 용 4마리가 뒤엉켜 있고, 선악과를 따는 아담과 이브를 뱀이 휘감고 있다. 기독교에서의 인간의 원죄를 형상화 한 것이다. 용이 불교문화권에서는 인간과 친숙하지만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는 사악한 존재로 느끼는 문화차이가 있다.
▷심장과 머리='성인 여자의 미라'는 방부기술이 고대 이집트에서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에 제작된 것이다. 미라는 시체를 건조시키기 위해 모든 내장을 들어낸다. 흉부와 복부의 빈 공간은 아마포, 톱밥 등으로 채워진다. 단 심장만은 그대로 둔다. 모든 생명의 주관을 심장이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반면 남태평양 솔로몬군도에서는 모든 생명의 주관을 머리가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오세아니아관 산호로 만든 두상을 찾아 비교해보면 이 역시 문화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숨은 그림 찾기=유럽관 달걀 템페라(달걀 노른자와 아교를 섞은 불투명 안료를 사용하는 화법)로 그려진 '마리아 축일의 성화'에는 숨은 그림이 있다. 3명의 천사 뒤편 구름 속에는 12사도로 보이지만 실제 11명뿐이다. 가롯 유다를 그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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