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내 때리는 '간 큰 남자' 아직 많다

'가정폭력,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대구 침산제일교회 부설 북대구가정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가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의 비결'이라는 상담 사례집을 최근 펴냈다. 닻을 올린 지 1년이 갓 지난 신생 상담소지만 이미 300여 건의 상담을 했다.

상담 내용을 들여다봤더니 아직도 '간 큰 남자'가 너무 많아 여권 신장, 남녀평등이란 말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 이상 못살아!

지난해 11월, 결혼 3개월 만에 남편에게 두 차례 구타를 당한 김모(28·여) 씨는 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남편과는 달리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김씨는 신혼 초부터 남편과 사사건건 의견충돌을 빚었고 그 와중에 남편이 주먹을 휘두르게 된 것.

김씨는 남편 구타에 유산까지 하는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양쪽 집안 모두 집안체면을 생각해 화해만 염두에 둔 탓에 하소연할 곳이 없던 그녀는 이곳을 찾게 됐다. 상담소 측은"시댁에서는 화해하라면서 이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고만 했고 남편은 별거 중에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며"김씨는 부족한 것 없이 자라 자기 말이면 뭐든지 다 되는 줄 알던 남편과는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다고 느껴 결국 갈라서기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간 큰 남자, 이제 그만.

상담소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이른바'간 큰 남자'들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관련 상담소가 늘고 여성인권이 신장되면서 집안 문제로 치부돼 드러나지 않던 문제들이 하나 둘 공론화되고 있는 것.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10군데 가정폭력상담소의 가정폭력 관련상담은 증가세를 보여 지난 2003년 5천471건에서 이듬해엔 7천475건으로 폭증했고 올해 6월 현재까지도 4천420건에 이르렀다.

남해길 북대구가정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서로 간 의사소통 부족과 남성 우월주의적 사고, 가부장적 문화잔재가 간 큰 남자를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는"40대 이후 가해 남성들은 대부분 아내가 시키면 시킨 대로, 말하면 말하는 대로 안한다며 손을 댄다"며 "실제 상담을 해보면 절반 이상이 평균 이상의 학력수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 국장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정서불안에 시달리고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가정폭력의 폐해는 심각하다는 것.

상담소는 가정폭력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 방안으로 ▶첫 발생시 폭력을 당할 이유가 없음을 강하게 주장할 것 ▶가정 폭력을 사회적 범죄로 인식하고 경찰지구대 단위부터 전담 경찰관제를 실시할 것 ▶대학에서 결혼관련 특강이나 결혼예비자교실 참여시 학점 인정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침산제일교회 부설 북대구가정폭력상담소 상담 문의는 053)426-0967이나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fdaegu.com)를 통하면 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대구시 전체 가정폭력 상담건수(자료:대구시 여성정책과)

2003년 ㅣ 2004년 ㅣ 2005년(6월까지)

5천471건 ㅣ7천475건 ㅣ4천420건

대구시내 가정폭력상담소 10곳 연락처(자료:대구시)

여성 긴급전화 1366: 국번없이 1366(직접 상담받거나 각 상담소로 연결)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 053)471-6484

KTC가정폭력상담소: 053)572-1366

대구가톨릭가정폭력상담소: 053)253-1401

영남가정폭력상담소: 053)253-2848

한우리가족사랑센터: 053)253-2366

중부가정폭력상담소: 053)424-1360

한울안가정상담소: 053)588-8859

강북가정폭력상담소: 053)313-9191

행복한가족상담소: 053)961-9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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