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이 봇물을 이루면서 대구시 및 각 구·군청이 막대한 세금수입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챙기기에만 바쁘다. 수천 가구가 입주하는 아파트 옆의 '악취 하천'을 그대로 놔두고 약속한 도로도 뚫어주지 않는가 하면, 학교신설도 '나몰라라'하는 등 입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 투자에는 인색하다. 때문에 입주를 코앞에 둔 아파트단지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 불만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첫 아파트를 장만, 내년 7월 입주하는 양병모(45) 씨. 그는 최근 자신이 살게 될 아파트 공사 현장을 찾았다 기겁했다. 아파트 바로 옆을 흐르는 진천천(대구 달서구 및 달성군 경계)의 관리상태가 엉망이었던 것.
"자세히 들여다보니 진천천은 하천이 아니라 커다란 하수구더군요. 물은 거의 말라 있고 각종 오물과 쓰레기가 뒤범벅이 된 채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어요. 하수구 아파트에서 살란 말입니까?" 그는 발끈했다.
이 일대에는 하천 양 편으로 달성 래미안대곡 등 4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 오는 9월 입주 예정인 유천포스코(764가구)를 시작으로 내년 10월까지 2천925가구가 입주,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형성한다.
입주 예정자들은 "행정기관의 하천 정비계획이 없을 경우, 집단행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최근 대구 달성군청에 통보했다.
오는 2009년까지 모두 2만4천727가구, 10만 명의 주민이 입주하는 대구 달서구 월배신도시. 현재 32개 아파트 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이 동네에서 가장 이른 오는 3월 입주하는 삼성래미안 경우, 단지 앞 20m 도로 개설이 오리무중이다. 때문에 아파트 760가구 입주민들은 교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옛 도로를 사용해야할 판이다.
오는 7월 입주예정인 진천포스코(764가구) 등 부근 4개 아파트단지도 월배로와 대천로를 연결하는 아파트 진입로(4차로) 개통이 불투명하다.
한 입주예정자는 "입주를 앞두고 동네를 둘러보니 기가 찬다"며 "내년까지 3천 가구가 입주하는데 대구시와 달서구청은 도대체 뭘 하느냐"고 허탈해했다. 대구 달서구청은 월배신도시지구 등 아파트 덕분에 올해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만 301억여 원(대구시 집계)의 세금을 거둬들인다.
대구 수성구 매호동 한일유앤아이 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 5월 490가구 주민들이 입주하지만 대구시는 재정난을 이유로 폭 30m, 길이 570m의 도시계획도로를 계획만 세워놓고 건설하지 않고 있다.
시와 시내 각 구·군청은 도로에 대한 자체 재정투입을 게을리하는 것은 물론, 아파트 사업 승인 때 개발업자에게 아파트 진입로를 만들도록 했지만 아파트 개발업자가 차일 피일 미뤄도 뒷짐만 지고 있다.
최근 대구 북구 침산동·칠성동·고성동·노원동 등 북구 지역민 100여 명이 모여 '북구 강남고등학교 설립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일대에 주상복합아파트가 잇따라 입주를 시작하는 등 조만간 1만5천 가구가 유입되지만 부근에 남자 고등학교가 없어 자녀의 통학이 힘들다는 것.
고2와 중3 남매를 두고 있는 이금희(46·북구 침산3동) 씨는 "아침마다 복현동에 있는 학교까지 가느라 힘들어하는 아들이 안쓰럽다"며 "아파트가 계속 들어서면서 인구유입은 자꾸 늘고 있는데 왜 이 지역 주민들만 교육에서 소외받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이 동네에 새 고등학교를 설립할 필요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고 대구시와 대구 북구청은 주민들의 요구에 '소관업무가 아니다'며 묵묵부답이다.
대구대 도시지역계획학과 홍경구 교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 많은 주민이 살게 되는 주거공간에 도로, 학교 등 기본적인 도시기반 시설을 갖추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람을 중시하지 않고 개발에만 몰두하는 우리나라 행정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오는 9월부터 3천 가구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생기는 대구 달성군 진천천 주변. 이 곳 입주 예정자들은 "오물이 흐르는 진천천 곁에서 살 수 없다"며 세금만 챙겨가고 하천 정비는 왜 안해주느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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