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제작중단 위기에 놓였던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제작 영화사KINO2)이 투자자를 구해 3월부터 전남 광양·장흥 등을 중심으로 촬영에 들어간다.
새로운 투자자로 센츄리온기술투자㈜와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나서 순제작비 35억원을 대기로 했다.
'천년학'을 제작하게 된 신생영화사 영화사KINO2는 16일 오후 서울 논현동 영화사 사무실에서 '천년학'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임 감독과 영화사KINO2 김종원 대표가 함께 했다. 김 대표는 영화전문 월간지 '키노' 대표이사 출신이다.
'서편제'의 속편으로 불리는 '천년학'은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사람들'을 원작으로 삼아 소리꾼 아버지와 눈먼 딸, 이복 동생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멜로물.
'천년학'은 애초 지난해 10월 크랭크인 할 예정이었으나 메인투자사인 롯데시네마가 스타급 캐스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투자 의사를 철회했고 제작사인 태흥영화사도 제작포기를 선언해 좌초 위기에 처했다.
임 감독은 인사말에서 "제 영화인생에서 투자에 문제가 생겨 촬영이 중단된 적은 한 번도 없어 이번 일로 정신적으로 충격이 컸다"면서 "영화가 제작될 수 있도록 걱정해주고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감독·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영화 제작에 있어 제작사가 바뀐 것 외에 달라지는 것은 없나.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는 상당한 시간을 함께 준비해 온 분들과 이쪽 영화사로 고스란히 넘어와서 영화를 마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 안에 사정이 바뀐 분들도 있다. 거의 그분들과 하겠지만 그 안에서 지엽적으로 변동이 아주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임권택 감독. 이하 임)
--조금 말랐는데 정신적인 고통이 심했나.
▲상당한 정신적 충격이 있었다. 그렇지만 사건 이후 바로 제작을 함께 하자는 제의가 들어와 그렇게까지 어려움이 컸던 것 같지는 않다.(임)
--제작 중단 위기 이전 캐스팅이 완료됐는데 변화는 없나.
▲그 문제는 다시 조정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촬영에 들어가 올 3월에 촬영을 종료하기로 하고 했던 캐스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우들의 스케줄이 그 시기에 맞춰 짜여졌다.(임)
--그럼 주연배우도 바뀐다는 뜻인가.
▲아직 배우들과 만나보지 못했다.(김종원 대표. 이하 김)
--투자는 어떻게 결정됐나.
▲임권택 감독 작품을 진행하면서 제작방식에도 선진적이고 투명한 방법을 도입하려고 했다. 그래서 투자전략관리회사와 계약을 했다. 일단 창투사인 센츄리온기술투자가 메인 투자사의 역할을 맡고 순제작비의 60%를 떠맡기로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현물 투자와 함께 영화 후반작업에 소요되는 비용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영화 제작에 참여한다. 영진위에서 이 영화에 대한 현금 투자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김)
▲'천년학'은 남도 일원에서 제작되는데 광양시와 전라남도가 투자하기로 했다. 장흥쪽에서도 오래된 주막을 짓고 촬영을 하게 된다. 장흥군이 투자를 해서 이미 주막을 지었다. 제주시와도 투자와 관련 협의 중이다.(임)
--크랭크인 날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영화 첫 장면은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계절에 찍을 예정이다. 그래서 3월 중에 크랭크인을 하기로 했는데 아직 날짜를 정하지 못했다. 매화 꽃이 만개하는 날이 언제인지는 일기와 관계되는 부분이라서 그렇다. 영화에는 송화라는 여주인공이 첩살이로 칠순 노인과 함께 산다. 영화에서 칠순 노인은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날에 판소리를 들으면서 죽고 싶다고 소원한다. 지난해 노인이 매화가 만개할 날 죽는 장면을 찍으려고 했으나 당시 매화 상태가 좋지 않아 찍지 못했다. 올해 다시 한번 시도해 볼 생각이다.(임)
--배급사 문제는 어떻게 하나.
▲현재 메이저 배급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화가 2007년 개봉될 예정이어서 이들 배급사들과 영화가 완성되면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김)
--'천년학'이 감독에게 100번째 영화라서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100번째 영화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다. 1960-70년대 우습지도 않은 영화를 양산한 감독으로서 이를 포함하는 100번째 영화라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계 밖에서나 안에서 100번째 영화라는데 많은 관심을 보인다. 지금은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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