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중학교 1학년인 아이가 하도 졸라서 MP3 플레이어를 사줬더니 하루 종일 귀에 꽂고 지냅니다. 공부할 때도 음악을 들어야 집중이 잘 된다고 우기는데 나무랄 수도 없고 참 답답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 : 공부할 때 라디오를 틀어놓거나 음악을 듣는 건 부모님 세대에서도 한 번쯤은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요즘 아이들이라고 해도 즐기는 음악 종류가 달라졌을 뿐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를 보기 전에 우선 부모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십시오. 왜 음악을 듣는지, 음악을 들으면 어떤 상태에 놓이는지, 공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음악을 비롯한 외부 잡음이 공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 모차르트 효과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효과가 있다고 해도 유아기에나 해당되는 것이지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또한 MP3와 같은 디지털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신경질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고, 이에 따른 중독성도 생기게 만들기 때문에 많이 듣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아날로그 음악만 듣게 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음악이 집중력에 반드시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녀가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태도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어떤 상황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가령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려 하는 것 자체는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잡념이 많아 공부에 쉽사리 몰입하지 못하는 학생들 중에는 공부 시작 단계에서 음악으로 잡념을 떨친 뒤 자연스럽게 공부에 집중하기도 합니다. 이는 음악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습관들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은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떼고 되도록 먼 거리에서 음악을 듣도록 하십시오. 또 비트가 강하거나 가사가 복잡한 음악 대신 가사 없이 배경 음악으로 들을 수 있는 곡으로 바꾸기를 권유해 보십시오.
아울러 처음에는 음악을 듣다가 집중이 되면 음악을 끈 뒤 휴식 시간에 다시 듣는 쪽으로 이끌어 주십시오. 공부에 몰입하면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집중력에도 고저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다른 쪽으로 빠질 여지를 줄여야 합니다. 음악을 계속 틀어두면 집중력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금세 음악에 빠져버릴 수 있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긴장과 여유에 적절한 밸런스를 맞춰줄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든 몰입하고 긴장한 상태를 오래 지속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럴 때 음악은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좋은 촉매가 되고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줍니다. 자녀 스스로 이를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 어느 정도는 지도해줘야 합니다.
진짜 산만해서 음악을, 그것도 시끄러운 곡을 틀지 않으면 아예 공부가 안 된다고 하는 심한 아이들도 있습니다. 두세 가지를 한꺼번에 해야 한 가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근본적인 학습 동기에 문제가 있거나 집중력 장애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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