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코시안'에게 관심을

도지사님, 시장'군수님 그리고 먼 서울에 계신 장관님께.

기자는 지난해 '농촌의 코시안'을 보도했습니다. 당시 국내 언론에선 외국인 근로자 문제와 도시의 국제결혼에만 관심을 갖고 보도했을 뿐 농촌의 국제결혼, 특히 2세들의 애환에 대한 보도는 전무했습니다. 하지만 본사의 보도는 전국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해가 바뀐 지금까지도 방송에서 코시안을 보도하고 있어 고맙고 한편으로 기쁘기도 합니다.

코시안에 대해 잘 모르실 것 같아 다시 알려 드립니다. 농촌 노총각(거의가 40대 이상)과 외국인 여성(특히 동남아 여성으로 거의가 20대 초반)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을 말합니다.

농촌의 국제결혼은 대략 15년 전쯤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들 사이에 태어난 2세들은 갓난 아이에서 초등학생은 물론 중학생으로까지, 농촌사회의 어엿한 일원으로 자라고 있습니다.농촌 노총각들은 마지막 남은 농촌 지킴이입니다. 이들은 노부모를 모시기 위해,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농토를 지키기 위해 도시가 아닌 농촌을 택한 고마운 분들입니다.

하지만 불혹을 훌쩍 넘겼지만 짝은 없었고, 겨우 찾은 짝도 이웃 처녀가 아닌, 머나먼 타국에서 온 생면부지 외국인 여성들이었습니다. 외국인 아내들은 농촌살이가 힘겨웠고, 더욱이 이들에게서 태어난 수천 명의 2세들은 피부색이 다르다고, 우리말을 잘 하지 못한다며 따돌림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것입니다.

2세들은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농촌 자연부락에서 대를 잇는 희망의 불씨입니다. 어찌 보면 이들 2세가 훗날 농촌을 짊어지고 갈 동량일지도 모릅니다.농촌사회의 냉대는 엄마 아빠는 물론 2세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왔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예천군에서는 엄마 아빠들이 힘을 모아 전국에서 처음으로 2세들을 위한 모임을 만들었고, 행정당국에도 사랑을 호소했습니다.본사의 '농촌의 코시안' 보도 당시 많은 시'군과 경북도에서 2세 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잔치도 열고, 선물도 전달하고, 작지만 엄마 아빠와 2세들을 위한 정책도 만들었습니다.봉화군에서는 고향 태국으로 돌아가 버린 엄마를 찾아 아들 딸에게 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해를 넘긴 지금은 어떨까요?

안 그러길 바랐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2세들이 농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지난해 취재 당시 만났던 봉화의 한 아빠는 최근 기자에게 또다시 주변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울먹이기도 했습니다.

경북도의회는 2006년도 예산에 도가 편성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과 외국인 여성 지원사업 예산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2세들에 대한 지원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와 외국인 여성 정책,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농촌의 코시안 문제도 중요합니다. 이들을 외국인으로 보지 마세요.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앞으로 농촌을 책임져야 할 주인으로 봐 주세요. 껴안고 같이 가야 할 엄연한 우리의 자식들입니다. 2세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정치부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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