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꼴찌 경제, 탈출구는 없는가

힘차게 솟아오른 병술년의 밝은 태양만큼이나 희망찬 기운이 대구의 지역경제에도 가득하기를 기원하지만, 올해에도 그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아 걱정이 앞선다.

대구 경제의 난맥을 나타내는 지표들을 떠올리면 너무 많아 나열하기조차 힘들다. 최근 6년간 GRDP(지역 내 총생산) 연속 최하위, 예금증가율 전국 최하위, 어음부도율 전국 최상위 수준, 수출의 지속적인 감소(전국평균은 증가), 자영업종사자 비중 7년 연속 전국 1위 등…. 수도권과 타지역 경제는 좋아지는 곳도 있는데 비해 대구 경제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 왔다.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지역특화산업 지원이나 공공기관 지방이전, 재래시장 활성화 지원 등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피부로 느껴지는 체감지수는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역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구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난관을 이겨내고 대구경제의 밝은 내일을 기대해 볼 방도는 없는 것일까. 필자는 신용보증기금과 한국기업데이터의 CEO생활을 거치며 얻은 경험을 토대로 중소기업 저변의 주변 환경을 돌아보고 개선방향 모색에 대한 하나의 의제를 던지고자 한다.

우선 저간의 기업환경을 살펴보자. 중소기업의 부도 난 내역을 살펴보면 창업 후 3년 내에 부도가 난 비율은 40% 수준, 5년 내에는 60% 수준에 달한다. 그래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은 창업 초기기업에 집중된다. 필자는 이것을 '페달론'이라 부른다. 자전거는 처음 달리게 되기까지가 어렵지만,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도와주면 탄력이 붙어 그 다음엔 넘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기를 지난 기업에 대한 지원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과거에 무차별적으로 중소기업을 지원'육성해오던 정부정책도 경쟁을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지 꽤 오래되었다. 아울러 정부산하 기금이나 국책금융기관들도 IT, BT 등의 혁신 산업, 성장동력 산업 등 미래형 산업에 보증과 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결국, 기존의 전통산업에 대한 지원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다.

한편, 한때 우리의 값싼 노동력으로 경쟁력을 가졌던 일부 산업들이 중국시장으로 옮겨갔으나, 이젠 중국에서도 버티기 어려워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넘어가는 현실이다. 차별성 없는 저가경쟁으로는 버텨낼 수가 없다. 또 대기업이 알음알음으로 납품받던 풍토도 바뀌어서 이젠 냉정하게 품질과 경쟁력으로 평가를 해서 납품을 받고 있다.

사면초가에 놓인 지역 중소기업인들이여!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피해갈 수도 없고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그렇다면 이렇듯 냉혹한 환경을 인정하고,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여 현실과 싸워 이길 도리밖에 없는 것이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중소기업인들에게 앞글자만 따서 만든 신조어로 '김치' (K-I-M-C-H-I)라는 경영전략을 말씀드리곤 한다. 김치 없이 못사는 게 한국 사람이니, 지역 중소기업들도 이 김치의 영양소를 모두 갖춘 경영을 해야 경쟁력을 창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순서대로 보면, Knowledge(지식), Information(정보), Marketing(시장), Culture(문화), Human-Relation(인간관계), Innovation(혁신)이 그 내용인데, 이런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갖춰야 무한경쟁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요소라도 소홀히 하면 언제 시장에서 퇴출당할지 모른다.

이제 중소기업도 각자의 생존을 위해서 강도 높은 혁신이 불가피하다.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라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여 스스로 뼈를 깎는 자기혁신의 고통을 감내하고, 변화의 패러다임을 제대로 읽어냄으로써 체질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지역 경제주체의 자발적 혁신을 뒷받침해 줄 정부나 지자체의 전략적 지원과 여건 형성을 유도하는 부분은 외자유치 노력과 더불어 별도로 병행,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지역경제의 주역들이여, 이제 남이 밟아주는 '페달론'의 그늘을 벗어나 '오르막길에도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가 될 수 있는 자생적 성장기반을 구축하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주변의 도움으로 적당히 꾸려나가려는 자세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기업을 설립할 때의 뜨겁던 초심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아직도 기회는 있다.

▨배영식 ▷경북고, 성균관대 법대, 美오리건대 대학원(경제학 석사) ▷제13회 행정고시 합격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역임 ▷현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이사

배영식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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