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나의 기도가

처음 말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서투르게 하옵소서

나의 기도가

콩나물시루에 붓는 작은 물같이

소리 나지 않게 하옵소서

농부의 발자국 소리 듣고

보리 이삭이 자라듯

나의 기도가

부지런한 농부의

발자국 소리 되게 하시옵소서

윤성도 '기도'

말(言語)의 생명은 진실이다. 그런데 기도의 말조차도 진실성을 의심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언어 현실을 잘 알고 있는 시인의 기도는 '나의 기도가/ 처음 말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서투르게 하옵소서'로 시작한다. 어린 아이의 말은 진실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허위성으로 포장된 언어는 말이 아니라 칼이다. 화려한 언어에 숨겨진 거짓·위선·배신에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던가. 그러기에 진실을 추구하는 시인은 차라리 소리 나지 않는 '콩나물시루에 붓는 작은 물'같은 말에서, 혹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같은 말에서 진실을 찾을 수밖에 없다.

1월은 기도의 달이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1월에는 누구나 기도하는 마음을 가진다. 기도다운 기도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말에 대한 진실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진실만이 하늘의 감응(感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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