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욕탕에선 '유유자적의 풍류'를 즐겨라

겨울철 건강목욕법

겨울이 되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목욕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냉온욕, 반신욕, 족욕 등의 목욕법이 질병 예방과 피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잦은 목욕이나 잘못된 목욕법은 오히려 몸에 해가 될 수 있다. 겨울 건강 목욕법을 한의학적 관점에서 알아본다.

◆주의사항

한의학적으로 풀이해 보면 목욕은 수온을 이용해 인체의 기운을 변화시키고 조절하는 행위이다. 한의학적으로 인체는 나누어지지 않는 하나의 기운 덩어리이다. 목욕은 피부에 닿는 물의 열에너지로 인체의 기운을 부드럽게 자극하여 상하내외(上下內外)로 기운을 이동시키는 일련의 이완 과정이다.

그러나 목욕은 치료가 아니다. 목욕을 통해 치료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목욕에 지나친 기대를 하면 필요 이상의 욕심이 생겨 몸에 나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괜히 욕심을 부려 닥치는 대로 목욕을 하다 보면 기운이 상해 심신이 피로하고 쇠약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적절한 지도를 받지 않는 과도한 목욕법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건강을 해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목욕은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 한국인에게 목욕은 때를 미는 행위뿐 아니라 '빨리빨리' 강박증 때문에 생긴 울체(기가 돌지 않고 한곳에 뭉쳐 있는 현상)를 푸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수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한껏 긴장했다면 목욕탕에서만큼은 차라리 무심하면 어떨까.

남들보다 무엇을 더 하겠다는 마음보다 유유자적의 풍류를 실천하는 방식으로 모자란 듯 목욕을 하는 것이 지혜롭다. 때를 너무 많이 밀지 말며 땀을 너무 많이 흘리지 않고 빈둥거리다 나오는 것이 과도한 긴장과 억제 속에서 신음하는 현대인의 정신과 육체에 음양의 균형을 맞추는 한의학적 건강 목욕법이다.

◆냉탕부터 시작

제대로 된 목욕은 냉탕부터 시작해야 한다. 피부표면을 차갑게 해서 기운을 수렴하기 위해서다. 목욕은 정상 상태보다 더 과도한 양(陽)적인 상태를 추구하기 때문에 음(陰)적인 수렴작용으로 균형을 잡고자 하는 지혜이다.

그러나 실제 목욕의 핵심은 당연히 온탕욕이다. 냉탕에 들어가 피부를 차게해서 기운을 탄력 있게 만드는 것이 준비과정이라면 온탕에 몸을 담그는 것이 제대로된 목욕의 출발점이다. 은근하게 열을 받은 몸의 기혈은 몇분 내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물을 매개로 하여 가해지는 열 자극은 어떤 피부자극보다 부드럽기 때문에 피부감각의 이완을 극대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기혈의 움직임이 빨라지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모공이 열려 땀이 난다. 하지만 과도하게 땀을 배출할 경우 기혈을 손상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평소 기운이 약한 사람의 기운이 지나치게 이완되면 심장이 상하거나 가벼운 현기증에서 심한 쇼크까지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평소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목욕 시간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온탕에서의 적정시간은 기운이 너무 처지지 않을 정도가 적절하다.

피부가 두텁고 폐의 기운이 실한 젊은 사람은 조금 더 땀을 내는 것으로 인체의 노폐물을 배출시킬 수 있으나 온탕욕 다음 반드시 모공을 오므려 주는 냉탕욕을 가볍게 해주어야 한다.

온탕욕과 냉탕욕을 교대로 해주는 냉온욕은 기운의 발산(양)과 수렴(음)을 통해 기운을 손상시키지 않고 기혈을 충분히 이완시켜 준다. 냉온욕은 냉탕 3분, 온탕 3분씩 약 10회 정도 하는 것이 적당하며 냉탕에서 시작해 냉탕으로 끝내는 것이 좋다. 온탕의 온도는 39~42℃가 적당하며 냉탕의 온도는 나이, 건강상태에 따라 조절해야 한다. 건강한 젊은이라면 냉·온탕의 온도 차이가 20℃ 이상 나도 무방하나 급작스런 온도변화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노약자나 고혈압환자들은 온도 변화를 10℃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신욕, 족욕, 각욕

요즘 유행하는 반신욕이나 족욕, 각욕은 한의학적인 원리를 목욕에 보다 적극적으로 응용한 경우다. 반신욕의 기본원리는 음양의 원리에 따라 배꼽 아래 부위를 따뜻하게 데우고 배꼽 위 부위는 시원하게 두어 기혈의 순환이 활발히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상하 음양의 조화가 뒤짚힌 상열하한(上熱下寒)의 환자들에게 머리는 차게, 발을 따뜻하게 하는 두한족열(頭寒足熱)의 반신욕이 병을 다스리는 수준 높은 관리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배꼽 아래 부위가 데워지는 정도에서 멈추어 배꼽 위 부위의 서늘함이 유지되도록 해야지 너무 욕심을 내서 몸 전체가 데워진다면 반신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반신욕은 39~42℃ 사이의 온도 중 기분이 좋은 온도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 하는 경우 뜨거운 물을 계속 보충하면서 물의 온도가 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족욕과 각욕은 반신욕을 하기 힘든 경우 발목이나 무릎이 잠길 만큼 따뜻한 물에 신체를 담그는 방법이다. 족욕, 각욕 모두 땀이 약간 배어 나올 듯한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좋으며 과도하게 땀을 배출하면 체온이 내려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반신욕이나 족욕, 각욕 이후 옷을 입거나 두꺼운 양말을 신어 따뜻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백승희 대구한의대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