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東京)증시가 18일 '라이브도어 쇼크'에 맥없이 무너지자 증권가 주변에서는 자본시장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부끄러운 사태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도쿄증시는 이날 라이브도어 쇼크에 따른 매도주문으로 약정건수가 처리능력 한계에 가까운 400만 건을 넘어서자 폐장을 20분 남겨둔 오후 2시40분 전종목 거래를 중지시켰다. 시스템 능력부족으로 거래가 전면 중단되기는 도쿄증권거래소 설립 이래 처음이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일본 정부도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요사노 가오루(輿謝野馨) 금융상은 거래 전면 중단 보고를 받은 후 거래소에 시스템 증강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도쿄지검의 전격적인 수사 착수에서 비롯된 라이브도어 쇼크는 1차적으로 기업회계의 신뢰를 저하시켰지만 도쿄증시의 시스템 취약성을 노정시켜 자본시장의 신뢰까지 흔들어 놓은 셈이다.
도쿄증시는 작년 11월 시스템 장애로 3시간여 거래가 중단되는 소동을 빚은 끝에 처리능력을 1일 450만 건으로 증강했지만 라이브도어 쇼크에 맥없이 무너졌다.
니시무라 다이조(西村泰三) 도쿄증권거래소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30일을 목표로 하루 처리능력을 500만 건으로 늘릴 계획이었다면서 "이 정도로 주문이 급증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허탈해 했다.
전종목 거래중단을 몰고온 직접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라이브도어 쇼크에 따른 주문 급증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하루에도 여러 번 주식을 팔고 사는 '데이트레이더' 급증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시장관계자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주식시장이 대세상승으로 돌아서자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데이트레이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이 주문을 의도적으로 작게 쪼개 낸 것도 시스템 부하를 가중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기관투자가들은 대량 주문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주문을 일부러 작게 쪼개 내는 경향이 있다. 우에무라 다쓰오(上村達男)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는 "매매단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식분할을 여러 번 한 종목은 주당 가격이 낮기 때문에 거액을 투자할 경우 엄청나게 많은 주식이 필요하게 된다. 이 경우 매매주문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시스템에 걸리는 부하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스템 증강과 함께 매매단위를 합리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
○…시장관계자들은 이번 거래중단 사태가 작년부터 시작된 상승장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처리능력을 넘어서 시스템 자체가 펑크난 것보다는 낫다"며 안도하는 표정이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니혼게이단렌(日本經團連) 회장은 "거래중단 결정은 적절한 조치였다"면서 "안 그랬으면 시스템에 펑크가 날 뻔했다"고 말했다.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한 데 대해서는 "주식시장이 버블화하고 머니 게임화 돼 있는 터에 라이브도어 사태가 터져 폭락장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현재의 주가는 작년 12월 중순 수준이기 때문에 너무 올랐던 게 제자리로 돌아간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오쿠다 회장은 도쿄증권거래소의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은 이번 사태의 불똥이 당에 미칠 것을 우려, 애써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라이브도어의 사회적 영향력 확대에 자민당도 한몫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별개 문제" 라고 말했다. 자민당이 중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호리에 다카후미 라이브도어 사장을 지원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도 "자민당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라이브도어 본사와 6개 계열사 주식은 17일에 이어 18일에도 하한가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투매양상을 보였다. 본사를 포함한 라이브도어 관련 7개사 주식의 '시가총액'은 이날 7천200억 엔으로 줄어 전날보다 1천500억 엔 감소했다. 16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이 1조200억 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이틀 만에 30%에 해당하는 3천억 엔 정도가 날아간 셈이지만 '팔자'주문이 밀려 있어 시가총액은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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