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알수록 약되는 한방상식-(11)설사·담

◆설사

찬 음식을 먹거나 몸을 차게 하면 영락없이 설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장이 찬 것이 원인이다. 건강한 사람의 몸은 골고루 따뜻하다. 윗배 또는 아랫배가 차거나 손, 발이 시리고 밖에 나가면 눈물, 콧물이 잘 나는 것은 그 부분의 생명활동이 덜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기운이 부족해지면 평소에 조금이라도 허약했던 부위가 먼저 식는다. 장이 약한 사람이 조금만 무리해도 설사가 나는 이유다. 위가 무기력해서 차지면 식욕이 없고 소화가 잘 안된다. 대·소장이 차가워지면 흡수 기능이 떨어져 설사를 하게 된다.

장이 차가워지지 않았는데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는 정상적인 대변을 보다가 바쁜 일만 생기면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성질이 급한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신경성 설사 증상이다. 마음이 초조해지면 자연스럽게 상기되어 기운이 위로 몰리고 뜨게 된다. 그러면 아래로 갈 기운이 적어져 장이 음식을 붙들고 있지 못하고 놓아 버리게 돼 설사가 발생한다.

따라서 설사 치료는 원기를 도울 것, 장을 따뜻하게 할 것, 기운이 뜬다면 아래로 내려줄 것 등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장을 보강하는 약을 먹으면 위도 튼튼해진다. 설사는 물기가 많은 변이기 때문에 이뇨제를 먹어 물기를 빼면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항간의 말은 믿을 게 못된다. 장을 따뜻하고 튼튼하게 해주는 것이 설사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다.

◆담

힘든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몸이 쑤시고 목, 어깨, 등, 가슴이 자주 결리거나 밤에 쥐가 잘 나는 사람도 있다. 신경을 조금만 쓰면 금방 목이 잠기고 수시로 열이 잘 달아오르며 목에 무엇이 걸려 있는 것 같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또 가슴이 메이고 숨이 넘어갈 것 같아 응급실을 찾거나 열 받으면 아예 까무러치는 사람도 있다.

이 모든 것은 기가 막혀 발생하는 현상이다. 기는 혈액순환, 내장의 활동 등 모든 생명활동에 관여한다. 그러므로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는 말처럼 기운이 잘 소통되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운동 부족으로 기운의 활동이 침체되면 고인 물이 썩듯이 몸이 아프게 된다.

그런데 기운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오그라 들고 처지는 현상은 보통 감정 때문에 많이 발생한다. 칠정(희(喜), 노(怒), 애(哀), 락(樂), 애(愛), 오(惡), 욕(慾) 등 일곱가지 사람의 감정)으로 기운이 막히게 되면 기운을 따라 몸에 흐르던 진액(영양분)이 변질된다. 이것이 담이다. 담은 진액이 기운을 못 받아 변질된 찌꺼기다. 담이 조직에 생기게 되면 기운은 더 못 통하게 된다. 그래서 '각종 병의 원인은 담이다'는 말이 나왔다.

초기 담은 안개 같은 습기의 형태로 몸 안에 떠다닌다. 그러다 습기가 점차 식어지고 진해져서 엉기고 썩게 되어 신체 특정 부위에 모여 고정되면 혹 등으로 변질 돼 신경통, 관절염, 디스크, 물혹, 근종 등 다양한 병을 유발한다.

담을 없애기 위해서는 기운이 필요하다. 막혔던 기운이 다시 잘 흐르면 햇볕에 곰팡이가 마르고 눅눅한 방에 불을 때면 습기가 없어지듯이 담이 녹고 상했던 신체 조직이 다시 살아난다. 그러므로 담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운을 먼저 다스려야 하며 기운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기운이 곧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경달기자 도움말:대구시한의사회 홍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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