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신대구부산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대구·구미 등 중부 내륙권과 19일 개장한 부산 신항이 1시간대 거리로 가까워지면서 2009년 개장을 목표로 공사 중인 포항 영일만항의 장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부산쪽의 인프라 확충이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영일만항 등 포항권 개발에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구, 구미는 이제 부산권
19일 3선석 규모로 조기개장한 부산신항은 2011년까지 9조 원 이상을 들여 30선석 규모를 갖춘 세계 5위권 물류항으로 완전개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8차로 배후 연결도로는 이미 개통됐고 2008년 녹산역∼낙동강역 철도, 2011년 신항∼경부선 삼랑진(경남 양산시)역 철도개통 등 배후 지원시설 구축도 착착 진행되면서 기존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의 체선체화(滯船滯貨)로 어려움을 겪었던 수출입 업체들의 애로도 거의 덜게 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수출입 화물의 대부분을 기존 부산항을 통해 수송하던 대구·경북 업체들의 부산 의존율은 더욱 높아지게 됐고, 부산항 화물정체에서 비롯되는 틈새시장을 노렸던 영일만항의 장기전망은 상당부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리적 근접성이 최대 무기였던 영일만항의 이점이 고속도로 개통으로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반응
실제로 40피트짜리 컨테이너 기준으로 하루 평균 220개 가량의 수출물량을 내놓는 구미공단 업체들은 부산항의 지·정체로 비롯되는 납기차질 등을 피하기 위해 영일만항을 대체보완항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신항 조기개장과 신대구부산고속도로 개통으로 포항방면으로의 선로변경 이점이 거의 없어지게 됐다. 구미지역은 현재도 선박이용 수출물량의 95% 정도를 부산항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미상의 관계자는 "기존 부산항과 신항을 이용하면 상하이·다롄 등 중국권과 로스앤젤레스·밴쿠버 등 미주권,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유럽권 등 주요 수출지 어디로나 빠르게 화물 운송이 가능해져 부산권 편중은 오히려 커질 것으로 보는 게 지역 업계의 일반적 관측"이라고 말했다.
대구권 역시 화섬과 자동차 부품 등 수출 물량의 80%가량을 부산항을 통해 처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는데 대구-부산신항 간이 사실상 1시간 30분대로 영일만항과 차이가 거의 없어졌고 항로와 선박편수 등 이용편의를 감안하면 신항의 경쟁력이 월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철로가 없다는 것도 영일만항의 치명적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영일만항은?
포항시와 영일만항 운영주체인 영일신항만(주) 관계자들은 "선석규모와 항로 등에서 영일만항은 당초부터 신항 등 부산권과 경쟁하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보조항 개념으로 추진된 것이어서 문제는 없다"며 "향후 교역량 급증이 예상되는 북한이나 러시아권을 주 항로로 생각하는 것도 영일만항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신대구부산고속도로 개통에 따른 화물 부산편중 우려에 대해서도 "현재 용역조사가 진행 중인데 큰 걱정은 없다. 그래도 지리적으로 포항이 부산보다 훨씬 가깝고 통행료에서도 우위에 있다"며 예상만큼 여파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09년 개장도 민자참여자가 늘어나고 정부예산도 계획대로 조달되고 있어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항만 수요자인 업계는 "지역 정치권과 자치단체가 전력을 투구해 예산조기 집행을 유도, 영일만항을 신항처럼 부분적이라도 조기개장해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상주-김천-구미-칠곡-대구-영천-경주로 이어지는 경북 내륙 경제권과 울산권 등 주요 수요업체 측에 이용수수료 할인 등 인센티브 제공방안을 미리 수립해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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