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지금 화두는 양극화 해소와 연금 장치 개혁 등등이라고 한다. 세금 문제가 다음 대통령 선거의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와 관련된 것이다. 하지만 그 못잖게 중요한 또 하나의 화두로 대두돼 있는 것은 인구 문제이다. 이것은 경제는 물론 국가 존재의 기본까지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고 장기적인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인구 감소의 문제는 물론 세계적인 것이다. 유엔은 지금부터 2050년까지 45년여 사이에 러시아가 3천140만 명(22%), 일본이 1천530만 명(12%) 감소하고, 특히 우크라이나 국민은 무려 43%(2천40만 명)나 줄 것이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소비를 주도하는 '현역 세대'(15∼64세)가 10년 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총인구 추이 역시 작년에 하향 곡선으로 변형됐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단지 미국만은 그 반대여서 올해 중 3억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인구 숫자나 구성의 변화는 정치'경제'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유통업계가 생존 전략을 수정, 박리다매 주의를 포기할 것이라고 했다. 인구가 증가한다지만 미국 역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그 인구 증가를 백인이 아닌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등이 주도, 45년여 후에는 미국 인구의 절반을 '유색인'이 차지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 성격이 변화될 소지가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인구'가 천대받아 온 측면이 없잖은 게 사실이다. 어렵던 시절 '입을 덜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가족들 사이에서도 횡행했고, 국가는 '가족 계획'이라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상황이 바뀐 셈이다. 근래 들어 국내에서도 인구를 증가로 반전시키기 위한 장기 대책이 논의되고 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 있다.
◇그 때문인지 비아냥도 적잖은 듯하다. 숫자 채우기에만 마음 쓸 뿐 '사람 천대'는 여전하다는 얘기일 터이다. 이럴 때 날아든 두 뉴스가 마음을 끌었다. 일본의 전경련 격인 게이단렌(經團連) 오쿠다 회장은 "사람을 자르지 않고 동고동락한 일본식 경영이 결국엔 옳았다"고 했다. 한국의 '대한전선'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되 생산직 정년을 2년 연장했다고 했다. 사람을 천대하지 않아야 기업도 살고 국가도 살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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