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봤다!" 매월 첫째주 주말, 충북 제천시 금성면 구룡리 전국산삼감정경매장에서는 산삼경매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설날을 앞두고 일정을 바꿔 지난 15일 열렸다. 경매가 열리는 날이면 서울·인천·경기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 울산 등 전국에서 산삼을 구하기 위해 인파가 몰린다.
◆'심봤다!'에서 경매까지
오후 2시쯤 산삼 전시 및 경매장 문이 열렸다. 입구에 들어서자 산삼경매장 직원들과 감정위원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들어오는 입구에 경매될 산삼이 모셔져 있다. 수백만 원대 야생 장뇌산삼부터 억대 천종산삼들이 주인을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
이곳저곳 둘러보며 원하는 산삼, 도라지 등을 맘 속에 선택한 이들은 경매장에서 제시한 감정가부터 시작해 서서히 금액을 높여부르기 시작한다. 500만 원에서 시작한 야생 도라지는 이내 1천만 원대에 이르러 낙찰됐다. 세트별로 차례차례 경매가 이뤄지는데 경매 직원이 최저 경매가인 감정가부터 부르기 시작하면 사고자 하는 고객들이 손을 들어 의사를 표시하고 2명 이상일 때는 가격을 조금씩 높여 최종 1명이 남을 때까지 경매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겨울철에는 경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적어 유찰되거나 감정가와 비슷한 가격에 낙찰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봄, 가을에는 경매에 나서는 경쟁자들이 많아 5, 6명에서 출발, 최종 1명에게 낙찰되면 가격은 2배 정도 올라간다.
양모(45·서울시 강남구) 씨는 "혹시 좋은 물건이 나왔나 해서 먼길을 달려왔는데 산삼은 감정가 자체가 너무 높다"며 "대신 산삼만큼 약효가 좋은 도라지를 사간다"고 밝혔다.
산삼이 발견돼 경매에 부쳐지는 과정은 간단하다. 심마니들이 전국을 돌며 진귀한 산삼을 채취하면 감정협회에서 이를 접수, 감정위원 8명이 엄정하게 등급을 구분해 감정가를 정하고 매월 한번 경매에 부쳐져 주인을 찾게 된다. 경매협회의 수수료는 최종 경매가의 10∼15%. 나머지 80~90%는 산삼을 캔 심마니에게 돌아간다. 높은 세금때문에 신용카드는 될 수 있으면 받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과연 누가 살까?
중소도시의 웬만한 집 한 채 가격인 산삼. 누가 살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누가 사는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산삼을 사러오는 사람들도 실제 고객이 아닌 대리인인 경우가 대다수. 직접 오는 고객은 주로 저렴한 효도용 야생장뇌삼 구매손님이다.
몇몇 고객들은 산삼경매장에서 1km이상 떨어진 곳에 고급 외제차를 세워두고 걸어와 산삼경매에 참여한 뒤 몰래 산삼을 구해간다. 또 일부는 산삼 경매가 열린 다음날 슬며시 찾아와 유찰됐거나 경매에 부쳐지지 않은 갓 들어온 산삼 등을 흥정하기도 한다.
산삼경매장 권위근(41) 상임이사는 "정치인, 연예인, 재벌 등 유명인들도 좋은 산삼을 구입하기 위해 비서나 친척 등을 대신 보낸다"며 "이들은 오히려 가격이 높을수록 그 가치를 높게 여겨 선호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중산층이나 저소득층이면서도 산삼을 구하기 위해 오는 경우도 적잖다. 이들은 가족 중 누군가 암에 걸렸거나 불치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이런 손님들은 있는 가산(家産)을 모두 털어 오기 때문에 파는 입장에서도 애처롭기만 하다.
한편 지난해 6월 개장한 산삼감정경매장에서는 매월 10여 건의 경매가 성사되었으며 이때까지 모두 8차례 열리는 동안 100여 건의 거래가 완료됐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 지난해 6월부터 개관한 충북 제천시 금성면 구룡리에 위치한 전국산삼감정경매장.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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