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겁없는 가족들, 겨울 해병대 캠프 입소하다

"일상사에 긴장이 없이 축 늘어진 가족, 형제, 친척들은 함께 오라, 해병대 겨울 병영체험장으로."

온가족이 함께 '군인정신'을 배우는 해병대캠프 가족반이 인기다. 포항 해변가로 불어닥치는 거센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안으며 평소 소홀했던 가족애를 새록새록 쌓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4박5일 일정으로 시작된 제69기해병대캠프 가족반에 들어온 가족은 모두 12가족. 17일 오후 한겨울 속에서 땀을 흘리며 이틀째 훈련중인 세가족을 만났다.

◆귀신잡는 문경 3남매

해병대 출신 아버지의 권유로 해병대 겨울캠프에 참가한 최요섭(17.문창고 입학예정), 지은(16.여.다인중3), 근섭(15.다인중2) 3남매.

첫날 편안한 마음으로 입소한 이들은 둘째날 100kg이 넘는 특수 고무보트(IBS.Inflatable Boat Small.팽창식 소형 보트)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렇게 힘들게 훈련할 줄 몰랐기 때문.

해병대 조교들과 함께 7명이 한 조가 되어 바다로 나갔지만 노젓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파도에 떠밀려 오기를 수차례. 하지만 이들 3남매는 이를 꽉 깨물었다. 맏이인 요섭군이 "이왕 하는 거 이를 악물고 해보자"며 두 동생을 독려했다. 마침내 이들은 거친 물살을 가르며 바다로 나가 한 바퀴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이들 3남매는 "겁도 많이 났지만 막상 거친 훈련을 받고나니 정신이 바짝 든다"고 소리쳤다.

◆무적 어머니와 아들, 딸

경기도 군포우체국 청원경찰로 일하는 어머니 최오례(42.경기도 군포시) 씨는 겨울 휴가를 내서 딸 선혜민(16.용호고1) 양과 아들 한울(13.용호중1) 군을 데리고 포항 해병대에 입소했다.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에 탑승한 최씨 가족은 바다에서 육지에 도착하자마자 뛰어나오는 연습을 하며 서로를 독려했다. 어머니 최씨는 "자녀를 강하게 키우고 싶다"며 "아이들 아버지가 동참하지 못해서 아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딸은 못내 불만이다. 혜민 양은 "다음 캠프도 또 참가하자"는 어머니의 말에 "다시는 따라가지않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울 군도 "엄마, 요즘은 세상이 변했어요. 부드럽고 여성스런 남자가 인기에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지만 가족간의 정은 넘치는듯 보였다. 최씨 가족은 점심시간이 되자 서로 떠먹여주며 맛있게 먹었으며 쉬는 시간마다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신무장, 고종사촌 4총사

손다영(15.여.대구시 동구 아양중 3), 원일(14.신암중 2) 남매와 강원도에서 온 김연주(14.평창군 도암중 2) 양, 서울에서 온 김병갑(14.구로중 2) 군. 이들은 집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방학이라고 늘어져 TV만 보다 부모들의 가혹한(?) 결정에 의해 포항에서 다시 뭉친 고종사촌 4총사다.

이들은 '피 튀기고 알 베긴다(속어.근육이 뭉친다)'고 해 'PT'라고 불리는 군대식 도수체조를 하고 난 뒤 한 숨만 내 쉴 뿐 아무말도 못했다. 갈수록 힘든 동작을 주문하자 4명 모두 "아무 생각이 없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외쳤다.

해병대 겨울캠프 이재욱(36) 교육대장은 "실제 해병대처럼 교육할 순 없겠지만 정신무장만큼은 확실히 책임지겠다"며 "젊은 날에 잊혀지지 않는 힘든 추억을 선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 (위)거친 파도를 가르며 힘차게 노를 저어 육지로 상륙하고 있는 문경 3남매. (가운데)힘든 도수체조와 기합을 받으며 정신무장을 하고 있는 고종사촌 4총사. (아래)'무적' 최오례 씨 가족. 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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