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시골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 전원생활을 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공기가 맑고 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성주군 가천면 금봉리. 대구 토박이인 제갈 요(48) 씨 가족이 이곳에 전원주택을 지어 살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갑갑한 아파트 생활과 달리 전원의 삶은 막연히 동경해 왔던 것 이상으로 이 가족에게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재채기 등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했는데 공기가 좋아서인지 이런 증세가 없어지고 건강해지는 걸 많이 느끼게 됩니다."
매일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성서공단으로 출퇴근하는 그는 도시에서는 머리가 아프다가도 집에만 오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했다. 집 거실에 앉아 밖을 바라보면 몇 겹으로 겹쳐지는 산 너머로 가야산까지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가슴속을 후련하게 해준다고 한다. 토마토, 케일, 파프리카 등 온갖 채소를 텃밭에 심어 난생 처음 수확하는 재미는 물론이고 소나무 향이 그윽한 뒷산에서 산책하며 산림욕하고 여름에는 집 앞 개울에서 물놀이하는 것까지 모든 게 즐겁다고 말하는 그의 아내 장순자(46) 씨도 전원생활이 더없이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딸이 이곳으로 학교를 옮겨 처음에는 걱정스러웠는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없이 스스로 공부하며 안정된 느낌이 들거든요. 저녁에 집 앞까지 태워다 주는 학원 차에서 내리며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의 별을 보는 재미도 대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죠."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가족의 삶처럼 집도 친환경적으로 지었다. 대지 270평에 건평이 창고를 포함해 44평인 집은 건강을 생각해 유해물질을 쓰지 않고 고령에서 가져온 황토벽돌로 지었다. 외벽은 비를 맞아도 상관없도록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황토벽돌을 쌓아 토기와를 얹었다. 집안은 황토벽면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지만 홍송으로 바닥과 천장을 마무리하는 등 생활하기에 편한 느낌을 줬다. 심야전기 보일러로 난방을 하는 여느 공간과 달리 바깥 아궁이에서 장작을 때는 황토방이 마루에서 바로 이어져 본채 옆에 따로 황토방을 두는 것보다 이용하기 편리해 보였다.
"황토방은 겨울에 뜨끈뜨끈하고 여름에는 굉장히 시원합니다. 여름에 마루에 있다가 황토방에 들어가면 너무 시원해서 선풍기가 필요 없어요."
이 집에는 담이 따로 없다. 시골에 살면서 담을 높이 쌓는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데크에 보기 좋도록 야트막한 나무 펜스만 둘렀다.
"소나무, 사과나무 등 집 주위로 심은 어린 나무들이 자라면 저절로 담 역할을 하지 않겠어요."
13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 무, 고구마 등 동네 할머니들이 인정스레 건네는 음식들을 받을 때면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장씨는 시골에 살면서 군대에 간 아들의 편지를 우편 집배원에게 직접 건네 받는 즐거움도 더 커보였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 : (위로부터)담을 높이 쌓지 않고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제갈 요씨 집. 파고라에 앉아 맑은 공기를 쐬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거실 통유리 너머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면 멀리 가야산이 보인다. 데크 가장자리를 장식한 야트막한 나무 펜스. 집 안 마루에서 문을 열면 바로 이용할 수 있는 황토방. 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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