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호루루"하는 호루라기 신호음이 짧게 들리면서 이내 "뻥"하는 소리와 함께 어른들이 고개를 돌린 채 귀를 틀어막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놀라지도 않고 신이 나 오히려 연기도 채 사라지지 않은 뻥튀기 기계 앞으로 우르르 몰려들어 하늘로 솟구쳤다 떨어진 터진 쌀을 주워 먹으며 깔깔댄다.
상주 남성동 상서문골목에 설 명절 대목을 노려 들어선 뻥튀기 가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이곳에 가면 오래전에 사라져 잘 볼 수 없었던 '뻥튀기' 아저씨와 기계에서 터져 나오면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튀밥을 주워먹는 아이 등 옛 모습들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잔뜩 열에 달궈진 쌀과 옥수수, 떡 등은 뻥튀기 아저씨가 쇠막대기 하나를 기계에 꽂아 잡아당기면 두세 배씩 부풀어진 채 튀겨져 나온다. 마치 뻥튀기 아저씨가 요술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 같아 아이들은 신기할 뿐이다.
지난 10일부터 적십자병원 맞은편 상서문골목 입구에 자리 잡고 뻥튀기를 하고 있는 뻥튀기 경력 15년의 장용복(57) 씨는 "요즘은 대부분이 가공된 강정을 구입해 먹기 때문에 물량이 예전보다 30% 이상 줄었다"고 아쉬워했다. 장씨는 아침 8시부터 기계 두 대를 이용해 10분에 한 번꼴로 하루 70~100여 회 뻥튀기를 하고 있다.
뻥튀기를 하고 강정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옆 가게의 며느리를 소개해 준다. 며느리 김은희(28) 씨는 "쌀 1되를 뻥튀기하면 강정 7판 정도를 만들 수 있다"며 "뻥튀기를 물엿과 설탕에 버무리고 또 판에 고르게 편 다음 칼로 자르는 등 세 사람이 하루 300여 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쌀 1되로 강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뻥튀기 2천500원과 강정 7판에 1만4천 원 등 1만6천500원이면 족하다. 상서문골목에는 장씨를 비롯해 3곳의 뻥튀기 가게들이 들어서 성업 중이다.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22일 대목장날을 맞아 이 골목에는 강정을 구입하려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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