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자체, 도시기반시설 '떠넘기기' 도 넘었다

"세금 걷고도, 무슨 일하나"

지방정부의 '떠넘기기'가 위험 수준이다.아파트 건설이 봇물을 이루지만 대구시청과 각 구·군청은 막대한 세금수입만 챙긴 채 도로나 주변 환경정비 등 도시기반시설을 아파트 사업자에게 전가, 뒷짐만 지고 있는 것(매일신문 16일자 4면보도)이다. 사업자의 부담은 분양가에 반영돼 입주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대구 달서구 유천동에 들어서는 2곳의 아파트. 각각 오는 9월과 내년 2월인 입주예정일이 다가오면서 입주 예정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입주 전까지 아파트 진입도로 개설은 물론, 인근 진천천 교량 확장(3m→18m) 사업까지 마쳐야 하는데 아직도 진척이 없는 탓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대구시와 달서구청에 항의했지만 당국은 "이들 아파트에 대해 교통영향심의 통과조건으로 도로와 교량 확장 등의 공공사업 추진을 아파트 시행사가 맡겼으니, 책임을 아파트 시행사에 물으라"는 것.

대구 달서구에서 현재 사업승인을 받은 21곳의 아파트 중 20곳이 교통심의 통과조건으로 행정당국이 해야할 일을 시행사가 대신 하고 있다.

아파트 사업승인 신청을 준비 중인 월배신도시 내 나머지 11곳의 아파트들도 비슷한 상황이 될 전망. 행정기관 대신 시행사가 공공시설 개설을 위해 '삽을 들' 계획.

이처럼 대구시내 대부분 민간아파트 사업장에 기부채납 붐이 부는 이유는 행정당국과 사업자 간 이익이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행정당국은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민간사업자에게 맡겨 재정을 아낄 수 있고, 사업자는 용적률 등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 조건대로 건축심의를 통과하는 등 사업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

결국 아파트 사업자가 기부채납 부분을 사업비에 반영해 입주자들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 게다가 기부채납 시설 공사도 거북이 걸음 일쑤여서 입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오는 3월 입주하는 대구 달서구 월성동 삼성래미안 경우, 단지 앞 20m 진입도로가 현재로선 입주일까지 개통이 불가능한 상황. 때문에 이 아파트 760가구 입주민들은 교행만 겨우 가능한 옛 도로(폭 6m)를 사용해야 할 판이다.

입주예정자인 최창규(44·대구 달서구 본리동) 씨는 "행정이 뒷짐만 지고 있을 거라면 취득세와 등록세 등 아파트 입주시 입주민들이 내는 세금도 결코 걷어선 안 될 것"이라 했다.

이에 대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서는 도로·상하수도·학교 등 모든 도시기반시설을 행정기관이 떠안고 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계명대 교통공학과 박용진 교수는 "사업자가 도로를 개설하는 것은 수혜자 부담원칙에 부합하지만 무분별한 기부채납 남발은 분양가 상승, 입주자 불편 등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사진: 대구시와 시내 각 구청이 아파트 사업자들에게 교통영향심의 통과 조건으로 사실상 지방정부 책임인 각종 도시기반시설 건설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 사진은 구민도서관을 지어, 구청에 기부채납하기로 약속한 수성구 범어동 두산 위브더제

니스 건설현장.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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