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 민화 맥 잇는 이정옥씨

민화작가 이정옥 씨 초대 '병술년 민화 특별전' 2부 '조선 여인들이 애장한 전통 민화전'이 28일까지 동아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부 '액운을 막아주는 벽사진경(璧邪進慶) 민화전'은 호작도(虎鵲圖)처럼 주로 동물들의 그림을 통해 가정에 잡귀와 액운을 쫓고 평안이 깃들고 경사를 불러들이는 수복강령(壽福康寧)·벽사진경의 뜻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에 반해 이번 2부의 전시작들은 각종 화훼도(花卉圖)와 초충도(草蟲圖)로 부귀영화와 축복을 기원하는 소망을 담은 작품들이 주인공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듯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민화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옥(54) 씨를 만닜다.

△민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서양미술을 전공하면서도 한국적인 문화를 표현하고자 하는 소망이 있었다. 그 수단을 알아보던 중 민화라는 장르를 알게 됐다. 그런데 당시(1970년대) 민화는 일제 이후에 거의 맥이 끊겨 자료찾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소수의 화가들만이 겨우 맥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민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알리는 사람도 필요하다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

대학원에서 무신도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민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민화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일반 서민들이 흥취와 해학을 담아 만든 작품도 있지만 궁중의 화원(畵員)들의 작품도 포함하는 것이다. 피카소 작품의 특징들도 이미 민화 속에 존재했던 것들이었다.

이렇게 훌륭한 유산이지만 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연구하려는 노력이 없어 덜 알려졌던 것 뿐이다. 그래서 '이렇게 위대한 유산을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됐다.

△전시 작품들의 의미는?

민화가 예전 일상 생활의 일부였음을 보여준다. 방에 걸린 족자 하나, 매일 쓰던 소반, 병풍 등 모든 것에 민화가 담겨 있다. 이들은 조선의 여인들이 애장하던 물품이었다. 직접 이런 작품을 만들기도 했던 우리 어머니들은 모두가 예술가였던 셈이다.

△민화의 매력은?

무엇보다 솔직함이다. 민화란 누구든지 그리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골라 자기 재주껏 그려내는 것이다. 서양화는 물론 서예나 문인화도 상당한 훈련이 필요하지만 민화는 우리의 핏속에 흐르는 본능만으로도 충분히 작업할 수 있는 예술이다. 축복 기원 등 다양한 상징성을 담고 있는 점을 설명해주면 외국인들은 깜짝 놀랄 정도이다. 화선지 위나 병풍은 물론 장롱 등 다양한 재료에 응용이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그저 창작하는 사람의 따뜻한 손길로 인생과 개성을 담아내기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민화의 위상은?

사극이나 여러 방송프로그램에서 소개됐기 때문에 처음 연구를 시작했을 때보다는 많이 알려졌다. 그래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한다.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통해 생활 속에서 손쉽게 접하고 누구에게나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 어머니들이 먼저 찾게 하면 아이들은 손쉽게 민화와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민화는 우리 전통의 혼을 담고 있는 것으로 생명존중과 자연사랑의 정신을 가르치는 최적의 교육 자료다. 민화를 전문적·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대학과정이 생겨나고 단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민화의 정신을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나아가 세계인에게 우수한 우리 민화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사라질 뻔했던 전통 민화가 살아나기 시작한 지 이제 30년 정도 됐다. 이 시점에서 지역이 민화의 전통을 세계화하는 중심이 됐으면 한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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