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하얼빈의 3성(星)호텔 '롱다(龍達)'.
식수를 달라고 하자 호텔 종업원이 화장실 세면대 물을 받아준다. 두 달여 전 제2쑹화강(松花江) 오염으로 인한 긴급단수조치로 주민들이 탈출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던 하얼빈이었는데 그 새 무슨 특단의 조치가 있었던 것일까? 세면대 물을 마셔도 되는지 미심쩍어하는 기자에게 종업원은 거듭 말한다. "커이허"(可以喝·마셔도 된다.)
지린(吉林)시 벤젠공장 폭발로 인해 제2쑹화강은 물론 러시아 아무르강까지 오염되자 국가환경보호총국장이 물러나고 책임추궁을 두려워 한 지린시 부시장은 자살했다. 그런데 오염띠가 지나가자 하얼빈시는 특별한 대책 없이 식수공급을 재개했다. 하얼빈의 식수환경은 이전보다 악화됐지만 시민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하얼빈시가 긴급단수조치를 내린 지난해 11월 24일, 후난(湖南)성 렁수이지앙(冷水江)시의 한 화공공장도 독성물질을 인근 쯔(資)강으로 흘려보냈다. 그래서 이 지역의 상수도 공급이 12시간 동안 중단됐지만 중국의 환경당국은 물론 언론들은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외신을 통해서만 짤막하게 전해졌을 뿐이다. 하천오염은 중국에서는 일상사가 됐다.
지난 1991년 페놀오염사태로 한동안 수돗물을 마시지 못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는 기자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중국이다. 페놀사태는 낙동강을 오염시킨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불러일으키면서 그룹 회장을 사퇴시키고 관련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등 환경에 대한 국민의식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중국이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제성장에 따르는 '성장통'으로 치부하기에는 도를 넘어섰다. 중국의 환경오염지도는 동부에서 서부로, 도시에서 농촌으로, 개발지역에서 미개발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환경관련 관계자는 "중국의 강과 하천, 호수의 70%가 오염됐고 호수의 75%는 부영양화로 썩어가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중국당국은 경제발전과 환경문제를 이분법적인 취사선택의 문제로 여기고 있다. "중국은 '원빠오'(溫飽· 먹는 걱정 안하는 것)를 겨우 넘어선 단계이기 때문에 환경보호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국가환경보호총국의 생태조사 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중국 서부 9개 성의 생태파괴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손실만 이 지역 GDP의 1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성장하고 있는 중국경제가 환경파괴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사진:얼어버린 쑹화강 위에서 하얼빈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쑹화강 오염사고 후 하얼빈시는 특별한 대책 없이 식수공급을 재개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